오랜만에 잡다한 사진과 함께하는 일상

오랜만에 잡다한 사진과 함께하는 일상.

깁스를 바꾸니 거동이 조금 편해져 이것저것 정리하는 김에 고양이 사진이랑 밥 사진 등도 정리할 겸 사진 폴더도 뒤적뒤적. 아래 작약을 사러 갔던 5월달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12월도 중순이니 시간 참 빠르다. 아, 그러고 보니 염화지옥 미국 여행기도 쓰다가 말았;; 올해가 가기 전에 마무리를 할 수 있을까.-_-;

어쨌든 잡다한 사진들과 함께 짤막짤막 잡담이나.



한참 정신없이 바빴던 날들이지만 작약철은 그냥 넘길 수 없어서 꽃시장에 갔었다. 흰 작약과 핑크빛 작약을 한 아름 사고 스토크와 같이 꽂았다. 화려하게 예쁜 건 핑크색 작약이지만 흰 작약의 향이 더 좋아서 흰 작약을 좋아한다.



꾹 닫혀 있는 봉오리들도 하루이틀이면 만개하곤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실 가득 작약의 향기가 기분좋다.



예쁘게 핀 핑크색 작약.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다.



작약철에 한번 더. 이번엔 스토크 대신 패랭이꽃을 섞었다.


작은 화병에는 짧게. 봄철의 즐거움이다.


선물용으로 구입한 어그 모카신. 베어파우, 코스트코 어그 등 다양한 양털슬리퍼 종류를 신어 봤지만 역시 양털은 어그가 최고인 듯.



어그 다코타. 빵실빵실 가득한 털이 부드럽고 엄청 따뜻하다. 내가 신을까 하다가 이 추위에도 매일매일 개를 데리고 힘들게 산보하는 ㅇ양에게 더 필요할 것 같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음. 따뜻하다 못해 땀이 난다며 넘 맘에 들어해서 뿌듯했다.ㅋ 


올해의 앨범을 한 장 뽑는다면 바로 이것. 소콜로프의 라흐마니노프 연주는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감정을 끌어내는 힘이 있는 연주.



올해는 바그너보다 말러와 브루크너를 많이 들었다. 브루크너의 테 데움을 여름내내 들었던 기억이.



첼리비다케는 티벳 불교와 선 사상에 관심이 많았던 지휘자로, 이런 재미있는 사진들이 몇 장 남아 있다.



노트북 케이스. 역시 친구에게 선물로 줌.



레데커의 타조 먼지떨이. 예뻐서 샀는데 타조의 원혼이 같이 붙어 온 듯 지독한 타조똥냄새(...)가 온 집안을 뒤덮었다. 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한 달을 널어 두었더니 간신히 타조의 원혼이 사라짐.




먼지도 잘 털리고 예쁘긴 한데 원혼을 생각하면 앞으로 사지 않는 것으로......ㅠㅠ



귀엽고 쓸모없는 버버리 곰돌이. 캐시미어 소재라 보들하니 감촉이 좋은데.... 왜 샀을까......... 음;;;



샤넬 갔다 충동구매한 신상 향수 가브리엘. 오른쪽의 향수는 친구 선물용으로 구입. 근데 저거 사고 며칠 있다 똑같은 걸 또 선물받음;;;;;;;아놔;;;;




겨울 준비. 집 안의 패브릭을 겨울용으로 바꿨다.

미국서 이고지고 온 양털도 의자에 걸쳐 놓음. 저 의자가 내 새끼발가락을 아작냈..... 쿨럭;;;
요새는 하루와 호피가 저 의자를 아주 애용하고 있다.

코스트코에서 39900원인가에 사 온 파키라는 어느 새 내 키만큼 커졌다. 정말 잘 자란다.


손님들이 놀러왔다 간 다음날. 양주들이 막 밖에 나와 있다.


스키니에 어울리는 것 같아 야금야금 사 모으기 시작한 스틸레토 힐의 일부. 저거 두 배는 더 있을 듯한데;; 암튼 신발장 정리하다 한 컷. 그런데 발을 한 번 다치면 앞으로는 힐 신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를 들어서............................... 나같은 하이힐 중독자는 어떡하라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생로랑 힐들 나름 편하고 라인도 예뻐서 애용함.


폴리니의 오렌지색 신발도 편하고 예뻐서 아끼는 신발이다.


저 페라가모 슬링백은 넘 맘에 드는데 좀 커서 수선해서 신을 방법을 고민중.ㅠㅠ 어떻게 다른 데는 살이 찌는데 발 살은 계속 빠지는지 모르겠다.


이건 국민학교 때부터의 친구 생일에 주기 위해 만든 꽃다발. 한밤중에 조물조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들고 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 적당한 크기의 쇼핑백에 리본을 덧대어 사진처럼 만들었다.


시들까 봐 물도 칙칙 뿌리고.........


선물로 화장품이랑 샴페인도 준비. 스시조는 코키지를 내면 와인 반입이 가능해서 좋다.


마음에 드는 데님 셔츠. 남성용인데 겉은 데님이고 안감은 녹색 체크무늬. 넉넉하게 입기 좋다.



10월에는 리골레토를 두 번 보러 갔었다.

바그너와 베르디의 오페라를 정말 좋아하지만 리골레토는 유독 부조리하고 슬퍼서 예전에 두 번 본 뒤로 다시 보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살았음. 그러나 이 날의 공연은 매우 좋았는데 그거슨 캐슬린 킴님 덕분. 너무 귀여우셔서 열받을 틈이 없는 거시다.. 게다가 쥔공아재(일단은) 리골레토.. 설정은 광대 꼽추지만 무대에선 가장 기골이 장대한... 만토바 공작 따위 한주먹거리요 가신 삽십명이 한꺼번에 덤벼들어도 삼분내로 정리할 듯한 포스 뿜뿜. 왜 살인청부업자를 쓰십니까 직접 해결할 수 있는데;;;; 작고 귀여운 만토바공작과 질다 근처를 얼쩡거리는 크고 무서운 리골레토(...)였다. 극 내용에 빠져 슬퍼하기엔 리골레토가 넘 크고 질다가 너무 귀여웠어.. 무대는 현대적으로 연출했는데 첨엔 과하다 싶었지만 보면 볼수록 괜찮다는 느낌이. 코심 연주도 안정적이고 가수들 노래와 연기도 매우 훌륭함. 캐슬린 킴은 볼 때마다 저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나오나 싶고 다른 가수들도 다 제몫 이상을 해주심.
좋은 공연을 보면 정서적 고양감과 함께 창작욕이 자극되고, 내가 쓰는 글에 대해서도 좀 다르게 생각하게 되는데 저 날의 공연이 딱 그런 공연이었음. 보고 나오면서 같은 출연진인 토요일 공연도 예매했고 역시 아주 즐겁게 보고 왔다. 한 번만 볼까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ㅋ


트롬 스타일러는 아주 잘 쓰고 있다. 코트, 니트, 패딩 다 쓸만한데 특히 앙고라 니트는 끝내줬음. 코스를 돌리고 문을 열자 한 마리 바야바같은 게 나타났다;;;;



보이시나요 저 승천하는 털이..........


사진으로는 표현이 덜 되었는데 실물은 진짜... 털 한 오라기 한 오라기가 다 승천하는 느낌으로 솟아올랐다. 패딩도 돌리면 급 빵빵해짐. 살까말까 고민하시는 분들께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슴미다.


생전 보석엔 딱히 관심이 없다가 에메랄드에 꽂힘. 그냥 초록초록한 뭔가에 꽂힌 것도 같고.........



고양이들이 자꾸 물어뜯던 옛날 트리는 동네분께 나눔으로 드림하고 잎을 통으로 찍은 새 트리를 주문했는데 뭔가 엄청난 걸 저질러 버린 기분이...... 나는 무슨 깡으로 1.98미터 대형트리를 샀는가.... 이건 삼메다 오십센티 이상의 층고를 지닌 양인의 집에나 적합한 것이었다... 코슷코에서 봤을 땐 안 커보였는데 그곳의 넓이와 높이를 감안했어야 함 그냥 150센티 led를 살것을...ㅠㅠㅠㅠㅠ  트리는 크고 마음은 쪼그라든다... 반품할까 한참 고민했는데 결국엔 그냥 두고 있음. 하지만 장식을 해야 할 시기에 병-_-으로 몸져 눕느라 장식 한 개 달아보지 못하고 저대로 베란다에 놓여 있다. 우째쓰까ㅠㅠㅠㅠㅠㅠㅠ




크다..............


필스너 한정판 구입. 틴케이스가 예뻐서 안 살 수가 없었다;; 5백미리 8캔이 들어있고 값은 15990원. 11월 말에 코스트코에서 구입했는데 아직 있을지 모르겠다.




안의 캔 디자인도 예쁨. 좋아하는 옅은 미색과 골드, 그린의 조합.


비록 망한 연말이지만 크리스마스 소품들은 야금야금 꺼내 놓았다.


오랫동안 모은 소품들이 이제는 제법 많아짐.


트리 스노우볼과 미니 트리, 폼폼 트리 다 맘에 든다.




택배로 온 선물. 호랑이연고와 허브 연고.ㅋ


이런 것도 선물받았다. 바이레도 향초. 포장이 너무 예뻐서 풀기 전에 찰칵.


리본이 빵실하니 야무지게 묶여짐.

비록 모임은 못 하지만 그래도 작은 물건들을 주고받으며 비교적 훈훈하게 연말을 보내고 있는 날들. 다리는 불편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ㅋ 오시는 분들도 즐거운 연말 되시고 날이 무척 추워졌는데 건강하세요!!


by kyoko | 2017/12/15 15:42 | 이것저것 후기 | 트랙백 | 덧글(6)

발가락 깁스의 신세계

*이 글은 제 블로그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유용한 정보글이 될 예정입니다.(...)

일은 고기로 시작되었다.

12월 9일, 연말 모임의 일환으로 지구정복결사모임의 인원들과 고기파티를 하기로 한 쿄로리씨. 집에서 질 좋은 고기를 앙껏 구워 먹겠다는 일념으로 미리 준비를 슬슬 하던 도중이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고기는 많이 먹고 싶더라. 그래서 고민하다 시험삼아 이마트몰에서 한우를 조금 시켜보았는데, 12월 3일 슥 배송으로 받아 본 고기는 너무 한심한 물건이어서 육안으로 보기에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3백그람 스테이크 고기에 백그람쯤이 지방이었다. 그냥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몇만원 돈 주고 먹는 건데 이건 아니지 싶어 이마트몰에 연락해 반품 신청을 했다.

.........시발 그깟 기름이 뭐라고......... 그냥 먹을 걸 그랬지..............

그리고 월요일 오전 12시쯤 반품 수거를 위한 기사님이 오셨다. 벨을 누르시는데 얼른 문부터 열어드리고, 바쁘신 기사님을 세워 놓는 게 죄송스러워 얼른 냉장고로 뛰어갔다. 반품을 하는 일이 잘 없지만서도 반품을 하게 되면 보통 물건들을 빨리 건네드리기 위해 문가에 꺼내두곤 하는데 쇠고기는 냉장 보관을 해야 하니 그럴 수가 없지 않나. 그리하여 부리나케 냉장고로 뛰어가던 쿄로리씨는

소파 다리에 세게 새끼발가락을 부딪히게 된다.

......................느낌이........... 이건..................

식은땀을 흘리며 일단 기사님께 고기를 건네 드린 뒤 슬픈 예감에 떨리는 손으로 실내화를 벗어 보았더니, 새끼발가락이 생전 처음 보는 방향으로 꺾여 있었...............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서도 이건 무조건 골절이라는 느낌이 팍 오더라. 골절이 아니래야 아닐 수가 없었음. 발가락이 ㄴ자로 뒤틀려 있잖아 엉엉엉 근데 무슨 요행을 바라겠나. 재빨리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주변에 차 있는 친구 ㅅ님에게 전화를 했는데 하필 전화를 안 받는다. 어쩌지 그냥 택시타나 하고 있는데 트위터에 쓴 글을 보고 다른 친구 ㅇ양이 전화를 해서 '언니 병원에 갈 수 있어요?' 하더라. 그리하여 바로 와 준 ㅇ양의 차를 타고 예전에 발목 접지르고 이마 찢어먹었을 때 갔던 미금역의 모 정형외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대기 후 엑스레이를 여러 장 찍고 진료를 받았는데.......

새끼발가락의 뼈 세개 중 제일 긴 뼈가 사선으로 완전히 아작남............................... 수술해야 할 것 같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앞의 짧은 뼈면 그래도 괜찮은데 뒤의 긴 뼈가 이지경으로 부러지면 이탈이 될 수 있다고 수술하는 게 안전할거라며ㅠㅠㅠㅠㅠ 일단 뼈를 맞춰 보고 3일정도 본 뒤에 뼈가 어긋났으면 수술하고 아니면 조금 더 보자신다. 시발 이 엄동설한에 수술이라니 의사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ㅠㅠㅠㅠㅠㅠ
어쨌든 멘붕인 채 처치실에서 마취 없이 생으로 발가락 뼈를 맞추는 지옥의 시간이 있었고, 말해 입아프지만 뒈지게 아팠다. 아픈 걸 잘 참는 편인데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참신한 고통이...... 입을 꾹 다물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가 '끝났습니다' 하는 의사선생님의 말에 '이거... 아프네요...' 그랬더니 '아 진짜 아프죠... 근데 정말 잘 참으시네요?' 하는 얘기를 들었다. 발에서 힘을 못 빼고 병원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는 분들도 많다며....

그리하여 발가락이 부러진 뒤 한시간 후, 즈는 반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병원을 나서게 됩니다.ㅠㅠ

그리고 3일, 첫날에는 좀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토요일 모임은 어찌어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하루 살아 보니 시발 밥먹고 숨쉬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과업임. 잠시 나의 기생충 호스피탈리티 충 줄여서 호충이 기승을 부렸던 듯하다며.... 겸허하게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운이 좋아 수술만 안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폭풍 얼음찜질을 했다. 골절 후 2~3일간의 얼음찜질은 정말 중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목발을 짚고 절뚝이며 냉장고로 가 교대로 얼음팩을 넣었다 빼며 죽어라고 찜질을 했음. 찜질이 너무 과하면 동상에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온도 신경쓰며 너무 차면 타올로 덮어가며, 어차피 통증과 이물감에 잠도 제대로 못 자니 이거라도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찜질을 했다. 반깁스 잠시 풀고 발에 얼음팩 올려둔 뒤 드라이기로 반깁스 물기를 말리며 앉아 있노라니 '이게 사는 건가'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뭐 어쩌겠나.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라 사고인데 흑흑흑.

그렇게 3일이 지나고 엑스레이상의 뼈 상태가 너무 처참했던지라 솔직히 내가 봐도 수술각이지 싶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엑스레이실로 들어가 재촬영을 한 뒤 진료실로 들어가니 의사선생님이 사진을 보여 주는데.......

부러진 데가 안 보여?!;;;

뼈를 잘 맞췄고 유지도 잘 된 편이라 언뜻 봐서는 그냥 멀쩡한 발로 보일 지경이다 엉엉엉 일단 첫번째 수술 위기는 면했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의사선생님도 감탄하며 유지가 정말 잘되었다고ㅠㅠㅠㅠㅠㅠㅠ 부러지고 많이 붓기 전에 바로 가기도 했고, 뼈를 아주 잘 맞춰 주시기도 했고, 얼음찜질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고 그간 균형잡힌 식생활로 골다공증 등 없이 뼈건강이 괜찮은 편이었던 것도 도움이 된 듯. 무엇보다도 그냥 운이 좋았던 듯 하다 으흑. 그래도 혹시 이탈될 수 있으니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한 번 촬영해 보고 현재와 같은 상태가 유지중이면 통깁스로 바꾸자고 하셨다. 최소 한달은 통깁스 생활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수술 안 하는 게 어디인가.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집에 와서 긴장이 풀렸는지 초저녁부터 쓰러져 잤다.

그리고 온갖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취하며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면 하루치 일은 다 한 것 같은 상태로 지내기를 수일. 중간중간 주변 친구들이 와서 정말 많이 도와주었는데 일요일에 온 친구 한자까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생각났다며 한군이 전에 무릎통증과 테니스엘보로 고생할 때 다니던 모 정형외과 선생님의 블로그를 알려 주었다. 거기엔 발가락 골절 깁스에 대한 얘기가 몇 개 있었는데, 방법이 매우 신박해서 '헉!' 하고 감탄하다가 그 방법이 가능한 골절부위를 보니 내 뼈도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 깁스만 가능하면 삶의 질이 달라질 듯 으흐흑.

그리하여 월요일 아침, 즈는 분당 모 정형외과에 전화를 하여 진료약속을 잡고 목발을 짚은 채 병원으로 향했고, 엑스레이 촬영과 초음파를 한 뒤 뼈는 순조롭게 잘 붙고 있으며 상태도 좋고 깁스도 가능하다 하여 난생 처음 보는 신박한 방법으로 깁스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깁스는 이것이에유.


새끼발가락과 네번째 발가락을 한 번 묶어준 뒤, 그 옆쪽으로 보강을 하고 전체적으로 한 번 지지대를 둘러 줍니다.


보기엔 그냥 그물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단단한 플라스틱 느낌으로 아주 견고합니다. 살짝 부드러운 붕대같은 소재를 뜨거운 물에 담궜다가 감싸면 딱딱하게 굳어요.




바닥은 이렇게...  발 사진 죄송.....;;;


이 방법의 장점은 통깁스와는 달리 딱 환부와 그 주변만 감싸는 구조라 발목을 쓸 수 있어 통증이 크지 않다면 목발 없이 보행이 가능하다는 것이에요. 통깁스보다 가볍고 부피가 작아 원래 신던 신발에 발이 들어가기만 하면 신발 착용도 가능하고, 물에 닿아도 되어 샤워도 할 수 있습니다. 깁스하고 샤워부스 밖으로 다리를 뺀 채 앉아 안간힘을 쓰며 샤워를 하는 아크로바틱한 미친짓을 안 해도 됩니다 으흑. 즈는 아직 통증 때문에 목발을 쓰지만 조금 지나면 목발 없이 천천히 걸을 수도 있을 듯 해요. 종아리 전체를 감싸지 않아 다리저림으로 인한 통증도 덜하고 발목 관절을 쓸 수 없어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쓰다 보니 뭉침으로 인한 통증도 심했는데 그것도 좋아졌습니다. 이것은 정녕 깁스의 신세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점이라면 쓸 수 있는 부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 정도? 발가락 뼈 세 개에만 해당됩니다. 여쭤보진 않았지만 손가락에도 가능할 듯 하고요. 만약 발등 쪽 뼈가 부러진 거라면 그건 안 된다고.... 만약 골절 부위가 발가락 앞쪽 뼈라면 저렇게 발등을 감쌀 필요도 없이 발가락 한 개에만 딱 씌워 주면 고정이 됩니다. 저는 아직 발에 붓기가 있는데 만약 붓기가 빠져 조금이라도 헐거워지면 바로 다시 가서 새로 해야 하고요. 근데 이건 뭐 통깁스에도 해당되는 거라;;

생각해 보면 깁스의 역사는 엄청 오래되었는데 그 동안 소재 개선은 있었어도 저런 식으로 발상의 전환은 별로 없었던 듯. 요 방법을 아시는 분들도 많으실진 모르겠지만서도 즈처럼 생전 처음 발가락 뼈가 부러지고 아무것도 모른 채 멘붕에 빠진 불쌍한 자가 혹시라도 지나가다 이 포스팅을 본다면 도움이 되시라며 올려 보아요.





목발 안녕 붕대 안녕ㅋ

.....이라지만 아직 목발은 필요하네유. 목발과도 얼른 작별의 인사를 나눴으면 좋겠슴미다.ㅠㅠ

저 깁스한 병원에서의 비용은 초진으로 엑스레이 한 장 찍었고, 초음파, 깁스 포함해 48000원인가? 5만원이 안 들었습니다. 초반에 갔던 미금역 정형외과에선 목발과 반깁스, 엑스레이 포함해 6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미금역 정형외과는 뼈를 기막히게 잘 맞춰 주시는 분인 듯하고 이 정자동 정형외과는 각종 신문물로 무장한 느낌인데 두 군데 다 추천드리고 싶네요. 진짜 이만하기가 불행 중 다행이라는 으흑ㅠㅠ 그리하여 전 3주째 각종 병증-_-으로 사람꼴이 아니지만서도 연말에 수술하고 눕는 일만은 면했다는 소식이고요, 이젠 약간은 거동도 가능하고 연말 약속도 모두 다 깨졌으니 집에서 조금씩 벼룩이나 하며 조신하게 연말을 보낼 계획이라는 얘기입니다 엉엉. 건강이 최고예요!!ㅠㅠㅠㅠ 

*참, 정보성 포스팅ㅋ이니 병원 이름들도 공개합니다.

미금역 정형외과는 조인정형외과예요. 여기는 몇 번 갔던 덴데 진료 잘 봐 주십니다. 선생님은 두 분인데 저는 진료실 2에 계시는 선생님께 보고 있다는... 왠지 친구랑 얼굴이 닮아서 더 친숙합니다.ㅋ

그리고 저에게 깁스의 신세계를 보여주신 정형외과는 분당 정자동 파크뷰에 위치한 웰 정형외과입니다. 이 선생님은 블로그 활동도 열심히 하시니 검색하심 바로 나올 듯. 궁금하심 검색해서 블로그에 물어 보셔도 친절하게 답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즈는 그냥 환자일 뿐 대가성 포스팅 당연히 아니고요-_-;; 언젠가 발가락 골절로 불행에 빠진 분이 덜 불행하시라는 차원에서 올리니 도움이 되셨으면..... 이상입니다 헉헉헉.
그럼 제 블로그 사상 역대급 정보성 포스팅(...)을 마치며 여러분 추위에 건강하시고 겨울 무사히 나시길!!ㅠㅠ





by kyoko | 2017/12/13 15:38 | 이것저것 후기 | 트랙백 | 덧글(25)

요단강의 물결을 살짝 구경하고 돌아옴.....

근 한 달에 가까운 칩거생활과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부족으로 체력이 바닥을 치고 있는 쿄로리씨. 그래도 좀 정신을 차려 보겠다고 버둥대다 지난 일요일엔 정말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이태원 베쓰푸틴- 헬카페 갔다가 저녁 10시부터 하는 뽈뽀의 심야식당에 참가하는 게 이 날의 코스였는데 오래간만에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술도 마시고 늦게까지 놀다 보니 완전 신났음. 간만에 뵙는 분들과 정다운 대화도 나누고 남이 해 준 맛있는 밥과 술을 먹고 있으려니 이 맛에 사는 거지 싶더라. 심야식당 후기는 새 글로 남기겠스요.......

암튼 그렇게 새벽 두 시가 넘도록 부어라마셔라 한 것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집에 돌아 온 다음이었다.
체력이 떨어져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던지라 음식도 아주 심하게 과식하는 건 피했고, 술도 좀 덜 마시긴 했다. 우콘도 깨알같이 챙겨 먹어서 취기도 없었다. 하지만 속이... 약간 체기가 있다.ㅠㅠㅠㅠ 그간 위장도 줄면서 소화능력도 떨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그렇지 우째 이런;;; 그 상태로 총알택시를 타고 집까지 슝슝 왔더니 차멀미도 조금. 집에 도착해선 좀 걱정이 되어 소화제를 한 알 먹고 세시 사십분 쯤 잠이 들었다.

그리고 5시 좀 넘어 속이 불편해서 눈이 떠졌다 으흑. 아무래도 토하던가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일어났는데 바닥인 컨디션에 넘 싸돌아다니고 무리했는지 현기증이 장난 아니다. 침대에서 침실에 달려 있는 욕실까지라는 짧은 거리를 걸어가는데 뭔가 땅이 울렁울렁대는 느낌. 어지럽다 못해 뭔가 초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서 '음... 뭐지... 왜...' 하는 느낌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데 화장실 입구 쪽에서 갑자기 몸이 기울어지는 느낌이 났다.

그리고 '어...?' 하는 순간 나는 화장실 타일과 머리를 맞대고 있었음.

그렇다...... 빈혈로 쓰러짐................... 이 이게 얼마만인가............................

과거 비실한 체력과 저체중일 때는 가끔 이런 일이 있었지만 그것도 근 십년은 족히 된 일인데 그냥 거실이나 방바닥도 아닌 화장실에서 이런 일을 겪으니 넋이 완전 나감.ㅠㅠ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화장실 문턱에 어깨가 먼저 닿아 충격이 분산되어 머리로는 충격이 덜 갔다는 점이랄까. 만약 한두 걸음만 더 걸었다가 쓰러졌으면 진짜 지금쯤 저승행 배에 타서 여러분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을지도 모름.;;
암튼 쓰러진 채로 도저히 몸을 일으키진 못하겠어서 잠시 누워서 머리 쪽을 만져 보았는데 다행히 박살나진 않은 것 같더라. 인간의 머리는 참 단단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낌.ㅋ 그 상태로 잠시 누워 있노라니 짧은 시간임에도 정말 벼라별 생각이 다 드는데 '그렇지 인간의 죽음은 이런 갑작스런 개죽음(..)도 많겠지.... 그나마 내일 아침 약속이 있어서 다행이야.... 만약 죽었어도 시체는 빨리 발견되겠지... 그 근데 난 티셔츠 한장만 입고 자는데 이 꼴로 죽은 채 발견되면..... 음..... 아냐 죽었는데 무슨 상관이야 시체는 쪽팔림을 몰라......' 뭐 이런 생각들이 두서없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다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 간신히 일어나 좀 토하고 나서 양치질을 하는데 무심코 손을 보니........

피가 묻어 있었다......................

잉? 이 피는 뭐지? 하고 거울을 보니 이마 찢어짐............

그렇잖아도 시원찮은 얼굴인데............ 내 이마.......................

다행히 심하게 찢어진 건 아니라서 꿰매지 않아도 될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정신이 번쩍 들더라;;; 찬 물로 세수하고 조심조심 침대로 다시 기어들어왔는데 쓰러진 게 꽤 충격이었는지 그대로 못 자고 아침까지 뒤척임. 그래도 여덟시 반쯤 되자 잠이 와서 한시간 정도 쪽잠을 자고 일어나서 월요일은 그럭저럭 거동을 함. 혹시라도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으면 바로 병원에 가나 관찰했는데 그 정돈 아니고 그냥 빈혈이 매우 심했음. 어제까지 빈혈로 병든 병아리처럼 골골대다 오늘은 그래도 그럭저럭 살 것 같아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아버지 병원과 보험사와 세시간을 통화하는데................... 두통이 다시 오는 것 같아 눈물만;;;

나이가 드니 잠 못 자고 좀 못 챙겨 먹으면 바로 티가 난다. 아침까지 잠 못 자는 일이 며칠 반복되면 두통과 현기증도 오지만 피부도 완전 박살이 남. 두피 아랫쪽으로 큼직하고 아픈 뾰루지들이 좌르륵 돋는데 이건 약을 발라도 소용이 없다. 하지만 하루 잠 잘 자고 일어나면 갑자기 애들이 기적처럼 쏙 들어가 있음. 이젠 정말 보석은 아닌 몸뚱이지만 갈고 닦고 광내줘야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심리적으로 바닥을 치는 일도 있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날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규칙적인 일상을 지속하는 건 너무나 중요하다. 어쨌든 어떤 일이든 지나가게 마련이고 나는 또 내일을 살아야 하니까.

그리하여 즈는 밤에 잠이 안 온다고 쳐 게임하고 책을 보며 밤을 꼴딱 새던 날들을 반성하고 심기일전하여 잘 살아 보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였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혹시 밤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는데 어지러우면 이족보행이 아닌 사족보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앞발이 왜 있나 했더니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거였어요.........

그리하여 요단강의 물결을 살짝 구경하고 온 후기(...)를 마칩니다 허허헣 허허허허헣



11월도 막바지... 완전한 연말이네유. 각종 약속에 일 마무리로 바쁜 시기일수록 건강을 조심해야 하는 듯 엉엉 여러분 건강하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by kyoko | 2017/11/29 18:41 | 일상 | 트랙백 | 덧글(30)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