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망한(..) 캘리포니아 여행기 2편- 도착 첫날

적당히 망한(...) 캘리포니아 여행기 2편.-_-;

공항을 탈출하여 LA입성에 성공한 쿄로리와 도라에몽 킴.
둘은 나가자마자 공항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레드불과 카페인 음료를 구입. 밤을 꼬박 새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LA는 오전 8시라;; 하루를 더 깨어 있는 상태로 버티려면 카페인이 필요했다.
도착 후 첫 번째 일정은 역시 렌터카 찾기. 같은 LA의 대도시라도 샌프란시스코는 대중교통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데 그에 비해 LA는 차가 없으면 이동이 어려운 동네라 어딜 가든 차를 찾는 게 우선이었다. 우리가 이용한 렌터카 업체는 허츠. 사실 이곳보다 좀 더 저렴한 업체를 소개받긴 했지만 허츠가 다른 데보다는 조금 더 비싸다곤 해도 대형 렌터카 업체라 한국에서 손쉽게 예약 가능하고, 사고 등 만일의 사태가 생기면 한국인 통역도 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 그냥 허츠에서 예약. 한국에서 예약하고 전액을 지불하면 미국 현지에서 대금을 지불하는 것보다 좀 더 저렴하게 할 수 있으니 변동사항 없이 확실하게 여행계획을 세우신 분이라면 미리 한국에서 예약 및 지불을 끝내고 가는 것도 괜찮을 듯. 가격은 소나타 정도 사이즈로 나름 신차를 일주일가량 렌트하는 비용이 이것저것 합쳐 3백불이 좀 안 되었으니 저렴한 편인 것 같다. 보험은 넣을 수 있는 걸 전부 넣고 풀커버리지로 때렸고, 기름도 채워서 반납하는 게 아닌 그냥 주는 걸로 했다. 말하자면 우리의 여행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돈으로 해결하자' 가 모토라, 돈을 발라 안전과 심적 안정을 살 수 있다면 그 편을 택했다는. 근데 왜 고생... 아 아닙니다;; 암튼 렌터카 셔틀이 공항 바로 앞에 수시로 왔다갔다하는지라 먼저 셔틀버스를 타러 드디어 공항 밖으로 나갔다.

근데.. LA... 좀 추운데?;;;

사실 여행 전 캘리포니아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남들이 사철 다 날씨가 좋다길래 아 그런가 날씨가 좋구나 했고, 미세먼지 없고 공기가 맑다고 하길래 아 그렇구나 공기도 맑구나 했고, 차로 드라이브하기에도 좋을 거라길래 아 그렇구나 길이 잘 되어 있구나 정도가 나의 지식상태. 여름에도 그늘이면 시원하고, 습도가 없어 쾌적하고, 풍광도 아름다운 지상낙원스러운 얘기를 주변에서 해 대니 뭐 다른 건 별로라도 날씨는 좋겠지 생각하며 날씨 관련으로는 별다른 긴장감 없이(나의 매우 형편없는 영어만 걱정했다...-_;) 룰루랄라 가게 된 것. 하지만 막상 처음 만난 LA의 날씨는 거의 한국의 가을 아침 수준으로 쌀쌀한데다 습기를 머금은 흐린 하늘이라 살짝 당황했다.;; 그 그래도 괜찮아! 더운 것보단 추운 게 백배 낫지!! 정 추우면 옷 사 입으면 된다능ㅋ 이라는 마음으로 렌터카 셔틀에 몸을 싣고 차를 찾으러 감. 대략 십분쯤 걸렸던 듯 하고, 도착해서 이것저것 서류 등을 확인한 뒤 드디어 우리가 탈 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쌀쌀한 날씨, 흐릿한 하늘 아래 지정구역으로 차를 찾으러 가는 도라에몽 킴씨의 뒷모습.


다른 회사는 모르겠지만 허츠의 경우, 차를 지정해 주는 게 아니라 신청한 금액과 차종에 해당하는 구역이 있고, 그 구역에 놓여 있는 차 중에 마음에 드는 차를 고르면 된다. 내가 A라는 차를 신청하면 A구역에 가서 그쪽에서 아무거나 고르는 식이다. 차 키는 모두 꽂혀 있어서 마음에 드는 차를 바로 타고 나가면 된다. 그래서 우리는 A구역에 가서 차를 살펴보았는데... 왜 차들이 다 현기차지...?!;; 현기차 60% 정도에 일본차 30%, 나머지 차들이 10% 정도의 수준이라 여기가 LA인가 한국인가 잠시 헷갈리는 상황. 게다가 차들이 어째 다 흰색이야....;;; 이왕 미국에 왔으니 연비는 좀 안 좋아도 크고 튼튼한 미국차를 타 보고 싶었는데 이건 뭐 경부고속도로보다 현기차가 많으니 뭐...; 오묘한 마음으로 주차장을 뱅뱅 돌다가 운 좋게 쉐보레 임팔라가 한 대 남아 있는 걸 발견. 색상은 블랙. ‘와 신난다 요걸로 해야지’ 룰루랄라 하면서 트렁크에 짐을 싣고, 차에 앉아 시동을 걸고 드디어 렌터회사를 빠져나갔다. 오기 전 벼락치기로 미국운전을 공부했다는 도라에몽 킴씨는 안정적이며 무난한 주행을 선보였고, 쿄로리씨는 야자수가 가로수인 LA시내 풍경이 신기해서 두리번거리며 신나게 구경 시작.

그런데 말입니다,

왜 LA시내의 가로수는 야자수가 많을까요. 그리고,
왜 검정 임팔라만 대여가 안 되고 남아 있었을까요.
우리는 이쯤에서 이 두 가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흐린 아침 하늘은 간곳없이 10시쯤 되자 급 강해지는 햇살. 처음엔 '아 햇빛이 따갑네..?' 정도였는데 왠지 시간이 지날수록 심상치 않다. 도착 후 일정은 일단 초대해 주신 A님과 잠시 만나 인사를 나누고, 도라에몽 킴과 함께 적당히 LA시내 및 근교를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숙소로 이동하는 것이었는데, 초대하신 분과 만나기로 한 LA시내 비벌리 대로 쪽으로 가면 갈수록 왠지 무자비하게 내리쬐는 햇빛. 차 안에 있어도 느껴지는 햇빛이 엄청난데, 뭐랄까 한국의 햇빛과 질이 다르달까;; 한국의 햇빛이 뭉근하게 끓어오르는 느낌이라면 이 동네 햇빛은 자잘한 유리조각 같은 걸로 찌르는 느낌이다. 그래도 첫날엔 ‘아 낮에는 해가 쨍쨍한가보구나.. 그래도 아침저녁엔 시원하니 다행이야’라고 생각했지만... 하하하 하하하하핳 미친 근데 까만차를 빌렸엌ㅋㅋㅋㅋㅋ하하하 하하하하하핳 캬캬캬캬컄(잠시 정신을 가다듬는다;;)

아침의 흐림은 간데없이 해가 쨍쨍...-_-;


어쨌든 쏟아지는 햇빛이 심상치 않다는 걸 그땐 미처 알지 못한 채 비벌리 대로 쪽으로 가서 A님과 인사. LA 관광할 겸 안내를 해 주시겠다고 하셨지만 바쁘신 분이 시간을 내시는 것도 죄송스럽고, 차 두 대로 움직이는 게 애매하기도 한데다 도라에몽 킴님이나 나나 딱히 강력하게 가고 싶은 곳도 없는 히키코모리 잉여들이라;; ‘바쁘신데 저희 신경쓰지 마시고 볼 일 보시고 적당한 시간에 말씀주시면 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정도의 대화를 나누고 헤어짐. 그 때 시간이 대략 10시 반~11시 남짓. 숙소가 LA에서 1시간 반~2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라 이 날 LA를 대충 훑고 숙소로 가서 그 주변을 적당히 다니다가 나중에 LA로 다시 나오고 싶으면 호텔을 새로 잡자 정도가 우리의 한없이 헐렁한 계획이었다. 비벌리 대로 쪽에는 이런저런 가게들이 많은 편이라 먼저 요새 핫하다는 커피집 블루보틀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원두도 좀 사고, 나와서 근방의 유명한 곳들을 구경해 보자 싶어 출발.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LA 시내주행이 꽤 빡세다 싶다. 햇빛도 햇빛이지만 차들도 꾸역꾸역 점점 많아지고, 가는 가게마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음. 애초부터 무료는 바라지도 않고 마음 편하게 유료주차장들을 찾았는데 유료도 자리가 없으니 이건 뭐;; 주차는 그렇다 쳐도 주행도 만만찮은 게, 지랄같은 비보호 좌회전...ㅠㅠ LA는 정말 아주 큰 사거리 아닌 다음에야 웬만한 곳이 다 비보호 좌회전인데, 사람과 차 통행이 적은 곳에서의 비보호 좌회전이야 큰 문제 없지만 번화가에서의 비보호 좌회전은 엄청 살떨린다;; 파란불일 때 슬금슬금 앞으로 전진하다 노란불이 되면 잽싸게 좌회전을 시도하는데 십중팔구 횡단보도 파란불에 걸리니 자칫 정신 못 차리면 LA시민 여럿을 치어 죽이고 미국 감방 갈 것 같은 느낌이라 무서워 죽을 것 같음.ㅜㅜ 주변 운전자 매너들도 좀 뭐랄까... 음... 제일 무서운 건 칼치기인데, 한국의 칼치기가 ‘나는 운전실력이 뛰어나고 잘 밟으니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느낌적 느낌으로다가 칼치기를 좀 하겠슴미다 하하핳’ 이라면 LA의 칼치기는 ‘비록 속력은 느리고 길은 막히지만 나는 내 자신과 다른 모두를 죽여도 괜찮으니 그냥 칼치기를 해 볼까 합미다  데헷’ 같은 느낌으로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말도 안 되게 느린 속도로 파고들어온다. 첫날 LA 시내에선 대략 블루보틀, 드럭스토어, 파머스 마켓, 쇼핑몰 더 그로브 등을 돌아다녔는데 이놈의 비보호 좌회전과 칼치기 때문에 여러 번 심장이 조여드는 공포를 느꼈음.
LA시내에서 좋았던 건 길에 개들이 많다는 것 정도밖에...;; 정말 온갖 종류의 개들이 주인과 함께 산책을 나왔는데, 보는 재미는 있다만 너무 햇빛이 뜨거워 개들 발 괜찮을까 계속 걱정이 되었던...;;;
이렇게 미친 햇빛에 괴로워하며 돌아다니다가 6시 이후부터는 LA에서 숙소인 팜스프링스 근처로 가는 길이 헬 오브 지옥으로 막힌다기에 3시 반쯤 LA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숙소 근처로 출발. 가는 길에 있다는 데저트 힐 아울렛이나 슬쩍 구경하러 가자 싶었는데 4시임에도 차가 정말 미친 듯이 막힌다. 어느 정도였냐면 퇴근시간 경부고속도로 느낌이랄까... 처음에 차 렌트한다고 알아볼 때 드라이브하기 좋다고 오픈카 빌렸으면 매연과 햇빛으로 여행 첫 날 사망했을 듯. 고속도로 노면은 왜 이리 안 좋은지 한국 고속도로에 과속방지용으로 득득 긁어놓은 노면이 끝도 없이 이어진 느낌이라 저속으로 세단을 타고 달리는데도 차가 덜컹덜컹. 왠지 차가 달리면 달릴수록 나무가 사라지고 민둥산이 보이는 주변 풍경도 심상찮다.



차 조수석에서 찍은 사진. 동네가...하염없이 이모양 이꼴이었다.-_-;


그렇게 두시간 정도를 달려 데저트 힐 아울렛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렸는데...

바깥 온도가.... 미.... 미친.............
아...... 맞다 여기 이름... 데저트... 힐.....      
     
..........그렇다. 우리의 목적지는.... 사막 한 가운데 있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거의 저녁 6시가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승을 부리는 미친 햇빛과 엄청난 기온에 잠도 제대로 못 잔 몸뚱이는 바로 파김치가 되었고,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정신머리도 사막 어딘가로 날아감.
사실 이 날의 기억은 거의 없다. 뭔가 아울렛을 왔다갔다 한 것 같은데 단 하나도 산 게 없고, 내가 뭘 봤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여기서 나와서 숙소로 이동하는 길에 레드로빈이란 햄버거집에 들렀던 건 내 카드전표가 상냥하게 얘기해 주는데, 왜 그 집을 갔고 뭘 어떻게 먹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아, 하나 확실하게 기억하는 건 고속도로에서 보았던 팜스프링스의 풍력발전기들. 하염없이 펼쳐진 민둥산과 황무지 사이에 갑자기 하얗고 엄청나게 큰 바람개비같은 모양의 풍력발전기가 주르륵 늘어서 있는데 뭔가 뼈를 깎아 만든 듯한 그로테스크함이 있었다. 무슨 에반게리온 사도들 같이 생긴 것이 밤에는 막 움직여서 고속도로 쪽으로 나올 것만 같은...-_;; 스티븐 킹 소설에 나와야 할 것 같은 비주얼이랄까. 나중에 몇 번 더 보면서 익숙해졌지만 첫날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보기엔 좀 아스트랄한 비주얼이었음.

....이런 모습이었다.......... 실제로 봤을 때의 위압감은 표현이 안 되어 아쉽...ㅠㅠ 

암튼 고속도로를 지나 햄버거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도착해 인사를 하고 짐을 풀고 씻고 누웠던 첫날의 기억들은 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천장을 바라보며 분명히 오늘 아침 공항에 내릴 때까지만 해도 추웠는데... 뭔가 매우 잘못된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헷갈렸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 여행은 왜 다 이 모양일까........

이게 캘리포니아 도착 첫날의 이야기.

그리고 쿄로리씨와 도라에몽 킴씨는 낮기온 섭씨 40도를 왔다갔다하는 미친 동네에서 까만 임팔라를 타고 쏘다니며 며칠을 더 있게 됩니다........털썩;;
나머지 소소하게 계속 망하는 여행기는 다음편으로 계속됩니다;; 오시는 분들 굿나잇하세요!!

by kyoko | 2017/06/19 22:50 | 그 외 | 트랙백 | 덧글(15)

적당히 망한(..) 캘리포니아 여행기 1편ㅋ

고도 아니 일을 기다리며 막간에 쓰는 캘리포니아 여행기.

얼마 안 되는 내 여행 경험들이 대체로 그렇듯 이번 여행도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나는 여권을 새로 갱신했고, 적당한 비행기표를 끊은 뒤 캐리어 큰 사이즈와 작은 사이즈를 샀고, 아주 가뿐하게 짐을 꾸린 뒤 픽업하러 온 친구의 차에 트렁크를 싣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일주일 넘는 기간의 여행이었지만 갈 때 짐은 이게 다였다. 가벼운 원피스 약간, 속옷 약간에 헬렌카민스키 밀짚가방과 모자, 화장품, 약, 콘센트, 생리대 등 자질구레한 물건들 약간과 에코백 하나. 기내용 트렁크 사이즈도 텅텅 빈 퀄리티...-_-;

이렇게 쓰면 간단하지만 여기에는 나름 지난 불행의 일본여행에서 얻은 교훈이 몇 가지 반영되었다. '성능이 좋고 넉넉한 사이즈의 캐리어를 구입한다' 와 '택시비를 아끼지 말고 택시비도 여행경비에 포함된다는 마음으로 공항에서 집까지 택시를 이용하자.'같은 게 그 교훈이랄까. 그래도 떠날 땐 짐이 적으니 공항버스를 탈까 생각했었는데, 여행 전 밥을 얻어먹은 친한 동생놈이 공항 픽업을 모두 담당하겠다는 아름다운 제안을 하는 바람에 아주 편하게 공항으로 이동하게 된 것. 이때까지만 해도 이번 여행은 시작이 좋구나 싶었다. 하지만 여행 바보를 넘어선 여행 천치의 여행이 그렇게 별 일 없을 리가 없... 또르르ㅠㅠ

어쨌든 3시간 반 전에 공항에 도착하여 넉넉하게 티켓을 수령했다. 캐리어는 부드럽게 잘 굴러다녔지만 그마저도 수화물로 부치고 가뿐하게 배낭 하나 메고 검색대 줄을 섰다. 징검다리 연휴고 해서 공항에 사람이 많을 것 같아 걱정했는데 생각보단 덜하다 싶은 순간, 기내 반입 액체류 중 치약이 안 된다고 써 있는 피켓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쓰던 치약이 30ml쯤 남아 통째로 들고 가서 쓰고 적당히 버려야지 싶어 지퍼락에 포장해 들고 왔는데 혹시 이게 반입이 안 되나 걱정이 된 것. 피켓을 들고 있는 분께 치약을 보이며 여쭤보자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하셔서 다시 줄을 서고 드디어 내 짐들을 X레이 검색대에 올렸다.

....그리고 치약이 걸렸다.-_-;; 

남아있는 양이 문제가 아니라 원래 용기가 100미리 넘는 용기라 안 된다는 게 검색요원의 설명이었다. 아니 왜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이게 무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직원분은 바깥 약국에서 용기를 사서 옮겨담던가 버리든가 수화물로 부쳐야 한다고 하는데 이미 수화물은 부쳤을 뿐이고... 아니 근데 이거 비행기에서 써야 하는데?!! 결국 치약을 포기할 수 없던 나는 도로 나가서 약국에서 용기를 사서 남은 치약을 죽죽 짜 옮겨담은 뒤 다시 보안검색을 거쳤다. 이번엔 무사통과. 여러분 밖에 서 있는 분과 안의 검색요원 분은 얘기가 다를 수 있으니 기내반입 액체물품은 무조건 작은 용기에 옮겨담고 지퍼락에 넣으세효... 또르르ㅠ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검색대를 통과한 뒤 이번 여행의 동반자인 ㅅ님, 일명 도라에몽 킴과 조우하였다. 이 분은 언제나 작은 가방에서 온갖 해괴망측한 물건을 왕창 꺼내는 분인데, 대표적으로 기억에 남는 물건으로는 친구 남편이 수상하다고 하자 주섬주섬 가방에서 꺼내 주었던 녹음기가 있다.(...) 이런 인간이다 보니 여행 준비를 할 때 '캘리포니아는 건조하다던데 휴대용 가습기 가져갈까요?' 같은 소리를 주구장창 해대 날 혼돈의 카오스에 빠뜨려서 결국 도라에몽 킴이라는 별명을 붙일 수밖에 없었던... 아 내가 붙인 이름이지만 정말 잘 어울린돠.... 암튼 과거 수차례의 여행을 한 바 있으나(심지어는 미쿡도 학회 등으로 몇 번 가셨었다고) 오랫동안 병원의 노예로 살던 도라에몽 킴씨는 몇 년 만에 모처럼 시간이 나서 여행이라도 갈까 하던 찰나, 쿄로리씨가 미쿡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하게 된 것. 그리하여 둘은 사이좋게 면세구역에서 만나 도라에몽 킴씨가 미리 네이버 쇼핑에서 구입한 미국유심을 찾으려고 안을 헤매였으나....

그게.... 알고보니 밖에서 찾고 들어와야 했던.............-_-;;;

한 번 들어오면 여행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다시 나갈 수 없다...... 결국 미리 사 둔 유심을 포기하고 안에서 새로 유심을 산 두 명. 미리 산 건 환불이 안 되는지라 유심 두 개 값을 야무지게 날렸다.ㅠㅠ 도라에몽 킴씨는 나와는 달리 여행경험은 많았으나 그것도 다 거의 십여년 전 얘기. 모든 과정이 다 아련한 기억 너머로 아른거리는데다, 예전 여행 땐 유심이란 것도 없었으니 밖에서 찾아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금액도 비슷하니 그냥 통신사 로밍으로 돌릴까 했으나 너무나 느리다고 하고 에그를 대여할까도 생각했지만 에그도 미리 예약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현장 대여를 알아보려고 했더니 현장분량이 품절이라고 해서 그냥 미국유심 재구매. 어 어쩔 수 없지...-_;;; 괜찮아! 이쯤은 액땜이야!!

였지만 그 다음 안에서 환전을 할 일이 있어 시도하다 알게 된 건, 외환관리법 때문에 면세구역은 현금지급기 사용이 금지라는 사실이었다........................-_;;;;;;;;;;;;;;;;;;;;;;;;;;;;;;;;;;;;;;;;;;

현금이 있으면 환전은 된다. 하지만 현금을 찾아 환전을 하는 게 금지되어 있는 것. 환전을 할 거였으면 면세점 구역으로 들어오기 전 밖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안에 들어와 환전을 했어야 하는데 공항에서 환전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이런 걸 알 턱이 있나. 공항 환전으로 검색해도 안쪽에 환전코너는 있다고 해도 이런 얘기는 쥐뿔도 없었기에 당연히 상상도 못했음.ㅠㅠ 여행 경험이 많으신 분들은 여기까지 읽고 얘들 바보 아닌가 당연히 치약 안 되고, 유심이랑 현금은 밖에서 찾아야지 하며 헛웃음이 나오실 것 같은데... 여행 잘 안 다니면 이런 어이없는 실수들을 연달아 하게 됩니돠... 괜히 여행천치가 아닌 것임미다... 또르르ㅠㅠㅠㅠㅠㅠ

그렇게 환전은 망했고, 둘은 슬픈 마음으로 인터넷 면세점 물품 인도장에서 도라에몽 킴씨의 멜라토닌 두 병을 받은 뒤(쿄로리씨도 인터넷 면세점 구경을 잠시 하긴 했었으나 결국 아무것도 안 샀다...;;걱정이 많은 프렌즈라 괜히 면세물품 인도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어쩌나 생각하다 구입 자체를 때려침;) 가뿐한 면세 봉투와 짐을 들고 탑승장으로 향함. 넉넉하게 들어왔다고 생각했지만 환전과 유심의 삽질로 시간이 은근 빡빡해 공항 라운지도 이용 못 하고 급히 화장실에서 세수를 한 뒤 비행기 탑승에 성공했다 엉엉.
 
우리가 탄 비행기는 싱가폴 항공. LA공항 직항인데 대략 11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이코노미지만 체구가 작은 편이라 그런지 그럭저럭 앉아 있을 만 했고(사실 막판에 비지니스로 바꾸려고 했는데 안 되는 표였다....ㅠㅠ) 비록 여행 전날 생리 시작이라는 충격과 공포의 시추에이션이었지만 산부인과에서 미리 진통제를 처방받아 놓기도 했고, 화장실에서 가까운 좌석의 복도쪽으로 자리를 요청했던지라 큰 불편 없이 이동. 다만 잠은 못 자겠더라. 원래도 잠자리에 예민한 편인데다 머리를 땅에 대야 잠을 자는 성격이다 보니 자는 건 무리였어... 그래도 볼 만한 영화가 이것저것 있어서 오랜만에 홍상수 영화도 보고, 요새 자주 듣는 소콜로프의 앨범이 두 개가 있길래 음악 들으면서 핸드폰으로 미리 받아 놓은 이북도 읽고, 때 되면 주는 기내식이며 간식을 먹다 보니 어찌어찌 시간이 흐르더라. 기내식은 두 번 나왔고, 간식으로는 과일이며 샌드위치 등이 중간중간 나왔다. 이 때 나온 바나나.... 얘기는 아래에.


첫 번째 기내식. 탑승하고 한시간 반쯤 있다 줬던 듯. 이 때만 해도 배가 고파서 꽤 많이 비웠다. 맛은 뭐 기내식 맛.-_;


햄버거 스테이크랑 매쉬드 포테이토랑 야채.


치킨 콩 샐러드랑 모닝빵 등등.


그리고 콜라.




이건 두 번째 기내식. 비빔밥이랑 싱가폴식 국수 중에 선택이었는데 국수가 좀 짜서 많이 남겼다. 위의 청경채랑 과일이랑 사과주스랑 요플레만 먹었던 기억이. 하지만 앉아서 하는 일이 먹는 일밖에 없으니 소화가 안 되어 배가 하나도 안 고팠던지라 간식으로 나온 바나나는 무심코 가방에 쑤셔넣었다.(...아마 여행경험이 많은 분들은 여기서 추후의 일을 예상 가능하실 듯;;) 

이렇게 11시간 정도의 비행을 마치고 새벽에 가까운 아침시간에 LA공항에 도착했다. 뭔가 이상한 기계에서 이것저것 입력 및 신청을 하고, 줄을 서서 입국심사 시작. 미국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더니 질문도 많은 듯 하고 시간도 엄청 오래 걸린다. 앞에 심사받던 사람들 중에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통과를 못 하고 도로 들어와서 벌 서는 것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경우도 제법 많았다. 보면서 왠지 내가 LA공항 밖으로 나갈 순 있을까 걱정되기 시작. 도 도로 집에 가나.... 응?! 영어를 입 밖에 내 본 게 대학교 교양 수업 이후 한 번도 없는데 별 문제 없을까 영어 다 까먹었는데 어떡하지 별 생각을 다 하다가 넘 오래 기다리는 게 지루해 스맛폰을 꺼내 이북을 읽고 있으려니 왠지 보안팀 언니가 와서 핸드폰 보지 말라고 그런다. 아니 왜...ㅠㅠ 그렇게 지루한 시간을 견디며 꽤 오래 줄을 서서 드디어 내 차례. 여권 보여주고 간단한 질문에 대답한 뒤 일단은 통과 완료. 후... 다행이야....-_-;;
그 뒤엔 자리를 옮겨 입국심사 2편의 일환으로 기내용 작은 가방을 엑스레이에 넣고 통과시키는데, 갑자기 직원이 아야 너 이리 와서 가방 좀 열어봐야 쓰겄다 하더라. 아니 선생님... 왜 그러세요?!! 쫄아서 가방을 열고 탈탈 털었더니 기내에서 넣은 뒤 깜빡 했던 바나나 하나가 수줍게 굴러나온다.

아 맞다........................농산물 반입금지............. 난 바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하여 때깔좋은 바나나는 바로 쓰레기통으로 향했고(바나나야 미안... 하지만 주변에 기내식으로 보이는 사과 오렌지 등 친구들이 많아 보였... 그래 나만 바보가 아니야;;), 여권을 잠시 스캔당한 뒤 우여곡절 끝에 통과 완료하고 부친 트렁크도 무사히 찾음. 그 그래도 고국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는구나 다행이야.............. 라지만 이 때 다시 돌아갔던 게 어쩌면 더 행복했을 수도 있겠다.(............) 원래 다 인생이 그런 것 아니겠슴미까... 헣헣헣 허허허허헣 제가 이런 공항 바보짓을 자세하게 쓴 이유는 모두 아시지라? 저는 비록 망했지만 이걸 읽은 여행초보님들은 이러지 마시라고...이런 건 저 하나로도 충분하다며... 또르르ㅠㅠ 

그리하여 공항 밖으로 빠져나가 여행 기간 동안 소소하지만 하염없이 망하는 뒷 얘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하하하.
한꺼번에 쓰려니 넘나 긴...;;; 다음 편을 기다려 주시고요, 오시는 여러분들 모두 즐거운 주말 되세용!!
 

by kyoko | 2017/06/17 16:01 | 그 외 | 트랙백 | 덧글(26)

캘리포니아 여행중입니다...

노트북을 안 가져와서 짤막하게 생존신고만...

지금 저는 캘리포니아 데저트 힐입니다. 팜스프링스와 엘에이를 쏘다니고 있고요,
이번 여행으로 즈는 염화지옥 불구덩이 한가운데로 여행을 가는 특출난 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읍미돠...

이 동네 감상은 '사람이 살 동네가 아닌데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염병천병 갈아엎었으니 살 수가 있나' 입니다.

낮기온이 한 40도 되는 듯하고 저는 선크림을 쳐발했음에도 팔다리얼굴이 따끔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오늘은 재수가 좋... 아니 길에 흰색 차가 많더라니....
하지만 친구와 제가 빌린 차는 블랙 임팔라일 뿐이고... 뜨거워서 차 문에 손대기도 힘들 뿐이고...ㅠㅠㅠㅠㅠ 이곳에 비하면 고국의 날씨는 천국입니다 엉엉엉ㅠㅠㅠㅠㅠㅠ

그래도 꿋꿋하게 살아돌아가겠슴미다.... 여러분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하셔요ㅠㅠㅠㅠㅠ



길거리에 야자수와 선인장이 웬말입니까... 사람살려ㅠㅠ

by kyoko | 2017/06/06 17:21 | 일상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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