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요 근래 이렇게 우울한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우울하다.

언제나 즐겁게 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을 하긴 했다. 사는 건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농담이라도 의외로 가끔은 즐거운.

내가 진지할 필요가 있나?^^

한때는 더할나위없이 진지했던 적이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무너져 갔고 내가 안간힘을 써서 발 끝에 힘을 주어야 그것이 유지된다고 착각했던 그런 때가 있었다. 내가 누군가를 제일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던 그 때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언제나 나는, 절실하게 혼자, 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그게 나쁘지 않다고 믿는다.

농담같은 일이다. 사실은 누군가가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의지하고 거기에 머리를 묻고 안온하게 죽어가고 싶다.
그러나 그럼으로서 포기해야 하는 그 모든 것들.

나 자신.

연애와 섹스는 참으로 달콤할 거라 생각한다. 너무나 달콤해서 더 이상 농담이 아님을 망각하겠지. 나는 연애가 좋아. 남자도 좋고 섹스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체취도 좋다. 손을 잡는 것도, 차가운 날 이 지구에 단 둘만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것도. 정말로 더할나위없이 멋진 일이겠지.

그렇지만, 그것까지 농담이 될 수 있는가.

나 자신만은 농담처럼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거기에 타인이 있다면? 생생한 감정과 내가 후벼팔 앞으로의 그 많은 상처들과 반쯤 미쳐 폭군이 되어버릴 더 이상 내가 아닐 것만 같은 나 자신.
그게 농담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거야말로 농담이군.




by kyoko | 2005/04/04 03:27 | 개삽질-_- | 덧글(23)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5/04/04 04:04
네. 연애와 섹스는... 시간이 없을때 하면 달콤하고... 시간이 많을때는 생활이 되어버리고. 그런것 같습니다. 스스로는 농담이 될 수있어도 누군가 개입되면 농담이 될수없는 딜레마.
Commented by 좀비君 at 2005/04/04 04:12
저도 약간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사실 연애를 하고싶다 하고싶다 하면서도 은근히 꺼리껴지는 게, 지금 편하게 살고 있는데 그걸 깨면서까지 꼭 해야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괜히 더 복잡하고 바보가 되어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사실 연애 한번 해보지도 않고서 이러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지만요.-_-;
Commented by 리손 at 2005/04/04 04:40
머리 아픈 딜레마에 빠지셨군요. 답답하기도 하고. 사람마음처럼 사람마음대로 되기 힘든 게 없다고 보는데요. 나 자신 조차도. 뭔가 바뀔만한 기회가 또 오겠죠. 그리고 다시 한 번 선택에 기로에... 또 머리가 아파질 수도.. 지금은 봄날입니다.
Commented by DEMON13 at 2005/04/04 04:57
달콤한 연애 따위는 바라지도 않으니 상대방에게 상처만 입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5/04/04 06:42
bikbloger님/차라리 생활이 되어버린 그런 연애와 섹스가 좋네요. 미친듯이 연애를 하고 싶어도 거기에 필연적으로 따라붙을 것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픕니다.-_-;
남의 인생까지 농담취급하면 큰일이지요.
Commented by kyoko at 2005/04/04 06:46
좀비君님/저는 지금까지 남자운이 더럽게 없었기 때문에-_-;;(라기보단 제가 워낙 광포하다보니;)연애란 연애는 서로가 피폐해지고 처절한 원수 사이가 되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_-
(주로 제가 잡아먹지 못해 안달을 하고 상대편은 무서워서 도망을 다닙니다.-_-)
그런 제 성격을 알다 보니, 누구랑 끝내주게 사귀고 싶어도 무서워서 못해먹겠더군요. 역시 저에겐 몇년간 친구놈으로 지내면서 얼렁뚱땅 사귀는 게 최고인가봅니다..on_
(하지만 그래서야 그게 연애인건가;;)
Commented by kyoko at 2005/04/04 06:47
리손님/ 이미 선택은 했고, 그래서 머리가 아픕니다. 기분도 아주 더럽습니다.
그래도 제가 잘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뻔뻔하다-_-)
봄이라 문제네요.
Commented by kyoko at 2005/04/04 06:49
DEMON13님/상처를 입으시면서도 연애를 하신다는 게 전 대단해 보입니다. 제가 워낙 자기방어적인 한심한 인간이다보니..-_-;;
힘내서 행복해지셔요!!
Commented at 2005/04/04 07:1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KTW at 2005/04/04 07:39
자신의 인생은 농담일지라도 남의 인생은 농담이 아니라는 말… 진심으로 공감이 갑니다. (저는 연애를 함으로써 저와 상대방 둘 다 파멸을… ^^;)
Commented by rumic71 at 2005/04/04 08:04
아무래도 좋으니 당장 옆에 하나쯤 있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sadcafe at 2005/04/04 08:37
저 역시 서로 상처를 주는것에 힘들어져서 이제는 그냥 독신의 길을 걷기로 했지요 ^-^;
뭐, 혼자일때가 편하잖아요? 가끔은 외롭겠지만..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5/04/04 09:41
누군가든, 아니 무엇이든 간에 사랑한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이야기죠.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면... 새벽1시에 나이트클럽에서 엔조이 상대를 찾는게 빠르죠...(뭐 제 나이에는 그것도 안 됩니다만...)

문제는 쿄코님은 새벽 1시에 나이트클럽에 가기도 싫은 것에 있군요. 상처받는 게 싫어서 아무 일도 하기 싫고, 그러는 자신이 싫다는 것은, 스스로 딱지를 다시 뜯어내 피가 흐르는 것을 보면서도 딱지가 앉아 있는 것도 싫고 피가 흐르는 것도 싫은 것과 같죠.

연애를 해서 상대와 자신에게 모두 상처를 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상처보다 더 큰 것을 얻는다는 것, 젊은 시절에는 잘 모른답니다.

하긴 그걸 모른다는게 청춘의 특권이지요. (쩝, 대략 열살 많은 아자씨 야그였습니다...-_-;;)
Commented by 한도사 at 2005/04/04 10:10
초록불님/ 초록불님 나이에도 새벽1시에 나이트클럽에서 엔조이 상대 찾을 수 있어요. 돈텔마마가 있잖아요~! 글고 인물도 좋으시니까...충분히 가능. (후다닥~)

교오꼬/ 봄인가보군요. 좋은 남정네 보이면 술먹자고 꼬셔봐요. ^^
Commented by 아리타 at 2005/04/04 11:47
진지하지 않다면 주변사람은 안좋아요;; 그러하다 몇번 만남과 이별반복하면 이미 범위 내의 이성이 씨가마른답니다ㅠㅠ (...독수공방 장기화로 혼자인게 너무 편하고 당연해진 경지에 다달은;)
Commented by luxferre at 2005/04/04 13:00
다른사람에게 할 수 없어 자신에게 하는 농담은 시니컬해지고
때론 자학이 되기도 하더군요. 어쨌든 시즌은 봄날이니까요^^;
Commented by 사츄 at 2005/04/04 23:02
슬픈 일이죠, 두 명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Commented by Cain at 2005/04/05 00:12
부빗~
Commented by kyoko at 2005/04/05 06:09
비공개님/그냥 꿀꿀한 일이 좀 있어서..-_-;
저도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데에 그만 익숙해져버렸지 뭡니까.-_- 뭐, 농담따먹기 하면서 사는 것도 나쁘진 않지요^^;

KTW님/파멸이라니요; 열심히 힘내시는 거 아는데 무슨 그런 말씀을^^;; 힘내세요!!

rumic71님/아무래도 좋은 것보단 없으신 게 훨씬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분 만나시길.^^
Commented by kyoko at 2005/04/05 06:18
sadcafe님/예.. 저도 혼자인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누굴 만나도 혼자라는 기분을 느끼는 건 같더라구요.

초록불님/제 나이도 무리입니다.^^;;(차라리 초록불님이 더...)
연애로 얻을 수 잇는 것들은 확실히 많을 것 같습니디만, 그냥 상처만을 두려워한다기보단 감정의 소모 자체가 제겐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그것 말고도 언제나 생각할 건 잔뜩이고.. 연애보다 당장의 두통이 제겐 더 중요하니까요-_-;;결국 연애를 해도 남이라고 굳게 믿다 보니;;
게다가 제가 제 자신을 제어할 수 없어 제가 아니게 되는 게 참을 수 없이 끔찍하네요.(하지만 언제나 그렇게 되더랍니다.-_-;) 그냥 못돼먹은 성격탓입니다. 흑흑..ㅠ.ㅠ

한도사님/초록불님을 돈텔마마로 보내기 협회라도..+_+
전 이미 그냥 애완도령 노선으로 마음을 정했어용-_-;

아리타님/그냥 안 만납니다. 이런 자세로 이사람 저사람 만나는 건 농락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독수공방 장기화.. 도 나름 괜찮죠?^^;(저도 동참중입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5/04/05 06:21
luxferre님/못돼먹은 성격 탓이죠 뭐^^;(다른 사람에게도 못돼게 구니 이게 문제;;)
봄이라서 더 악랄해지나봐요-_ㅜ

사츄님/예, 가슴아픈 얘기지만 일견 당연한 일이니.. 기대 자체를 말아야겠지요^^;;

Cain님/앗+_+ 슥슥슥~
Commented by sebai at 2005/04/07 08:21
연애란 게 나 혼자 좋고 말면 좋겠는데 그 외적인 일들은 부담이 크겠네요.
같이 책임져야 하는 일들이 생기는 것도 무섭구요. 우~~
인생도 현실이 아닌 것 같이 모호한데 거기다 연애라니..저로선 언감생심 꿀도 못 꿀 일이긴 합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5/04/08 00:56
sebai님/그래서 GG치고 마음 비웠답니다.-_-;;인간이 넘 피폐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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