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1.
십대 때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생긋 웃을 수 있는 인간이 되기를 원했다. 이십대 중반까지도 그랬던 것 같다. 친구들하고도 그런 얘기를 가끔 하곤 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서로 얘길 하면서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삶은 어차피 농담이고, 그 농담이 짓궂더라도 화내지는 말자고. 사실 그때는 더할나위없이 진지해서 언제나 발 끝에 힘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라도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했던 것 같다.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던 거겠지.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진지할 필요는 없었던 거라고. 그렇게 모든 것에 진심을 담아 살아간다면 인간은 곧 망가지고 만다. 아니, 내가 망가질 것 같았다.
그걸 알게 되자 진심으로 웃고 농담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쿨해질 필요는 없는 거였다. 오히려 인간 관계의 치덕치덕함과 구질구질함이 즐거워졌다. 나도 끈적끈적한 인간이 될 수 있었어. 심지어는 애정결핍이라는 말에 사랑받고 싶어한다는 말까지 들었으니 나름대로 성공한 거 아닌가. 만세!!
하지만 본질은 변할 리 없다. 나는 언제부턴가 그래 왔던 것처럼 내게 있어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고 뒤로 향해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차가운 인간이 되어 돌아설 때 내게 남는 게 뭐가 있었던가를 생각하며 애써 그렇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한 일이다. 한때는 모든 관계를 불태우고 줄달음질쳐 가는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내가 지금은 그런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니. 세상은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하하.


2.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너무나 좋아하는 전도서의 말. 하지만 이 문장이 가슴 속에 파고든다는 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겠지.


3.
벤클래식의 재개장을 모르고 있다가 어제 우연히 즐겨찾기 클릭을 해 보고 알았다. 덕분에 지금은 스카를랏티의 sonata k430을 듣고 있다. 생각난 김에 수입반인데다 마이너한 편이라 구하기 애매했던 스카를랏티의 앨범을 찾아내 주문도 했다.
언제나 다시 클래식으로 돌아간다.


4. 바이올린 수업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한 시즌 쉬기로 했다. 너무 더워서 도저히 바이올린을 들고 잠실까지 수업을 받으러 갈 수가 없다. 대신에 집에서 연습곡을 꾸준히 켜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지.
굉장히 긴 여름 같다. 아직 7월인데도.



by kyoko | 2005/07/26 13:39 | 개삽질-_-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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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네모스카이시어 at 2005/07/26 13:45
진지함이라니.. 어디서 어디까지 진지해야 하는지 아닌지, 어디서 어디까지가 진지한 것인지 아닌지. 아직도 전혀 파악이 안됩니다. orz

바이올린 휴강입니까. 역시 병약하신...(응?)
Commented by 휘긴 at 2005/07/26 13:48
이러니 저러니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실상 오바질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는 날이 오지요. '나는 뭐뭐한 사람이 될거야~' 라는 자기주장이나 가치관도 결국 자기 자신을 속이기 위한 일종의 세뇌였고 의식화였고 오바질이었달까. 생각없이 살아도 잘 살아지는 걸 보면 굳이 그렇게 의식화하면서 살 필요가 있을까요.
Commented by kyoko at 2005/07/26 13:48
네모스카이시어님/저는 지금은 모든 면에서 전혀 안 진지합니다.호호호.(응?-_-;;)

바이올린은... 오늘 들고 잠실 가다 죽을뻔해서..-_-;;이번 시즌 수강 신청 기간이길래 과감히 신청을 안 하고 왔습니다. 좀 서늘해지면 가야겠어요, 흑흑.
Commented by adieu at 2005/07/26 14:09
아흑; 가슴에 파파팍 ..
Commented by 산진스 at 2005/07/26 14:35
things change. life goes on. 입니닷. 어디서 주워들은.
Commented by sebai at 2005/07/26 14:37
확실히 더운 것 같아요. 서울은...뭐랄까? 공기가 텁텁하더군요. 문화적인 면에서 생각하면 부산에 사는 게 참 서러울 때가 많지만 가끔 콧속에 바람넣고 싶어서 나가면 찝찝하고도 시원한 바닷바람을 쐴 수 있어서 좋은 것도 같아요.

전...디립따 고민만 하다가 죽을 것 같아요. ^^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5/07/26 14:48
어떤 일이 있어도 생긋 웃다니...(친절한 금자씨입니까?)

무엇이 되는 길로 가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니, 역시 쿄코님은 젊군요.
Commented by luxferre at 2005/07/26 19:26
비즈니스 스마일~
Commented at 2005/07/26 19: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좀비君 at 2005/07/26 19:53
서울은 정말 말도 안되게 푹푹 찌는 느낌이죠. 3-4도는 차이나지 않을까 싶은게...역만 나서면 공기가 너무 변해요. =_=;;
여튼 인생은 잘 즐기고 살면 된다고 생각중입니다아. ~_~
Commented by 소마 at 2005/07/27 13:16
생각이 없다못해 머리에서 쩔그렁 소리가 나는거 같아 두렵습니다;;; 농담을 즐기면서 살지라도 대가리는 멈추지 말아야할텐데요;
Commented by kyoko at 2005/07/28 02:38
휘긴님/생각없이 사는 게 의외로 생각이 필요한 일이더라구요.(무슨 소리냐.)원래 자의식 과잉을 안 좋아하는데다 무척 피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나는 뭐뭐.. 이런 것보다는 그런 데서 관조적이고 싶었던 게 큽니다. 그것도 다 부질없는 일이지만요^^;

adieu님/헉 별말씀을;

산진스님/^^

sebai님/전 고민하는 척 하면서 농담이나 하다 죽을 것 같아요;
비가 많이 옵니다. 좀 시원해지겠어요^^
Commented by kyoko at 2005/07/28 02:41
초록불님/얼마나 사람이 독하면 친절하겠어요, 호호호^^;(박찬욱 인터뷰에서;)
글쎄요... 노력이라는 게 그냥 바람직한 쪽으로의 노력이 아닌 것 같아 헷갈립니다.^^;

luxferre님/음.. 그 스마일에 무척 서투른 인간입니다. 흑흑.

비공개님/저도 신경쓰는 게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아서 항상 어깨가 결려요 엉엉.

좀비君님/그게 바로 바람직하게 성공한 인생이고말고요^^

소마님/전 가끔 대가리 좀 멈췄으면 좋겠어요, 시덥잖은 생각을 넘 많이 해서 흑흑.
Commented by 베이더 at 2005/07/28 19:21
바이올린보다 가벼운 걸 해보심이. 무게가 문제인 것 같군요. 원래 인생에 남는 게 없잖습니까. 그러니까 열심히 살라고 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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