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8월 26일
친절한 금자씨-감상

개봉하자마자 본 금자씨에 대해 이제야 글을 쓴다. 할 얘기가 꽤나 많았건만 지금 와서 쓰려니 생각나는 게 얼마 없다, 흑흑. 그래도 조금이라도 건드리고 넘어가고 싶어서 글을 쓴다.
1. 영화에 대해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영화를 본 곳은 강동의 어느 극장이었다. 같이 본 사람은 H 언니와 C양. 평일 4시쯤이었지만 영화관은 거의 꽉 찼다. 난감한 건.. 대부분이 아저씨 아줌마들.-_-; 이 사람들이 박찬욱의 괴기스러운 농담을 즐길 수 있을 것인가 벌써부터 불안해지는 상황에, 영화는 시작되고 일군의 아줌마들이 더 들어온다. 그 순간 앞줄에서 '권사님! 여기예요~!!' 하는 소리가.-_-; 권사님? 오 마이 갓.-_- 영화가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극장 안의 분위기는 점점 묘해졌다. 내 평생 극장 매너가 이렇게 개매너인 인간족속들은 처음 보았으며(핸드폰 정도는 애교였다. 들락날락거리는데 어찌나 열이 받는지.-_-)이렇게 영화에 집중하지 않는 인간들도 처음 봤다. 극장 안이 온통 불편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다, 아줌마 아저씨들은 불편해했다. 대놓고 저도의 기독교 까(...)를 화면에서 하고 있는데 농담을 즐기기는 힘들었겠지. 안 그래요, 권사님?-_-; 결국 클라이맥스 부분에선 나가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메가박스나 CGV에선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을 텐데. 대부분의 관객이 중년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분위기였겠지.
위의 문단은 중년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보편적으로 영화에서 바라고 즐기는 코드를 박찬욱의 영화에서 찾는 건 좀 요원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저기서 금자씨 하니까 순진한 마음으로 단체관람을 하러 온 게 티가 나서 난감했다는 얘기이다.(영화관 분위기가 엉망이라 나도 편하게 영화를 못 즐겼단 말야. 솔직히 박찬욱한테 한국 영화의 미래를 기대하는 게 가당키나 한 말이냐.-_-;)박찬욱은 그냥 하고 싶은 걸 해야 하고, 그 쪽이 더 재미있고 어울린다. 나는 그래서 올드보이보다 금자씨가 좋았다. 올드보이는 비틀어서 농담을 하고 있기에(이 비틀림은 '복수는 나의 것'을 매정하게 내친 관객들에 대한 박찬욱의 반응이다. 마치 '이렇게 만들면 너희가 좋아하는 거지? 됐냐?'하는 느낌이었달까.-_-;) 어떻게 보면 무지하게 심각해 보일 수도 있는 영화였던 반면, 금자씨는 그냥 자기 찍고 싶은 대로 찍은 완벽한 농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시커머리죽죽-_-;한 농담은 박찬욱 아니고는 못 한다. 누가 남의 자본 가지고 이 지경으로 장난을 하겠나. 금자씨를 본 다른 분들도 동의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박찬욱은 일부러 영화에의 몰입을 방해하고 구경꾼의 입장에서 영화를 바라보게끔 만들었다. 그게 아니면 애들 죽는 비디오를 상영하는데 형사가 녹차, 우롱차 하면서 돌아다닐 리도 없고(이 장면에선 웃다가 죽을 뻔했다.-_-;), 그 생뚱맞은 나레이션을 집어넣었을 리도 없다. 보통은 긴장된 분위기를 이완시키는 데 사용되어야 할 개그코드들이 이완 정도가 아니라 영화에의 몰입을 방해하는 데 서슴없이 쓰였고 그로 인해 이 영화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불편함을 만든다. 그래서 즐겁다. 정말 신기한 영화다. 복수극이라고 순진하게 믿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박찬욱이 올드보이에 열광했던 관객들에게 복수를 했다는 점에서는 복수극이 맞다고 보지만-_-;;)일부에서 이야기하는 복수 3부작의 대미로서의 구원이 어쩌고는 내 귀에는 정말 헛소리로 들린다.-_-; 금자씨의 어디에 구원이 있다는 거지? 케이크에 머리박고 울면 다 구원이냐.-_-;;;
이렇듯 이 영화는 시종일관 농담이기에 코드가 맞는 사람이라면 아주 즐거워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이지만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박찬욱 ㅅㅂㄹㅁ 소리가 절로 나올 만한 것이다. 실제로도 같이 본 C양은 영화가지고 장난질친다며 '박찬욱 애병색히' 하며 광분했고 나와 H언니는 그 장난질이 넘 잼나서 오호호호 하며 즐거워했다.-_-; 그만큼 취향이 갈린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즐거웠다. 다음에도 박찬욱이 자신만 할 수 있는 멋진 농담을 들고 나타나줬으면 좋겠다. 만세^^
2. 배우에 대해서.
사실 뚜껑을 열기 전까진 이영애가 금자씨가 될 수 있겠느냐는 데 관심과 촛점이 모아졌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영애는 해냈다. 박찬욱의 금자씨는 이영애를 위한 금자씨였으며, 이영애가 지금까지 CF등에서 쌓아 온 여성스럽고 참하고 조신한 이미지를 비틀고 그걸로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솔직히 앞으로 이영애에게 지금까지같은 CF가 들어올지 의심스러울 정도인데; 앞으로는 CF 끊기고 예술영화에서 조낸 캐스팅 제의 들어올 것 같다.(_-; 무표정한 얼굴의 '너나 잘하세요' 도, '씨발년. 왜 울고 지랄이야, 재수없게.' 도 완벽하게 어울린다. 그리고 그 어울림은 이영애의 원래 이미지가 없다면 그닥 빛이 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심은하는 어떨까... 에 대해서도 H언니와 같이 의논했지만,(처음에는 심은하 쪽이 낫지 않을까도 얘기했었다.)금자씨는 이영애여야 한다. 심은하는 너무 독하다.-_-; 다만 앞으로도 이영애가 이런 식의 이미지 비틀기 캐릭터를 또 할지, 또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악역인 백선생 최민식. 최민식은 정말 대단한 배우다. 강우석 찐따색히-_-;가 저번에 송강호랑 최민식이 돈 밝히고 어쩌고 하면서 지랄지랄했는데 개런티를 조낸 많이 요구하든 어쨌든, 그 둘은 돈을 주면 그 돈 이상의 몫을 해 내는 배우이며 이번 금자씨에서도 마찬가지다.(송강호는 카메오로 나오지만 그 잠깐의 출연에서도 화면 장악력이 엄청났다.) 그러니 돈 좀 달랬다고 지랄할 게 아니라고 본다. 강우석은 걍 솔직하게 지 영화에 안 나오니까 심정 상한다고 그러지 그랬어.-_-(윽; 얘기가 딴데로 샜다.)
다시 돌아가서, 어딘가에서 백선생은 공감가지 않는 순수한 악역이며, 죽어있는 악역이라는 식의 평을 본 것 같은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솔직히 악역에 감정 이입을 해야 할 필요성 자체를 일단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요트를 사기 위해 애들을 잔인하게 죽인 게 그렇게 생뚱맞을 건 또 뭔지도 모르겠다. 살의와 폭력에 이유가 필요한가? 최민식의 백선생은 더할나위없이 훌륭했으며 백선생이라는 캐릭터 자체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디테일이 살아 있기에 주변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악역. 이런 걸 최민식이 아니면 대체 누가 하나. 그런 배우랑 동시대에 같이 살고 있다는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역시 만세를 한번 해줘야겠다. 만세^^
3. 끝으로... 그런데,

금자씨한테 '자 하세요' 라고 얘기하던 제과점 꽃돌이같은 아방 애완도령은 대체 왜 나한테는 안 나타나나?(....)
(야! 이게 영화감상이냐?;)
# by | 2005/08/26 11:51 | 영화 및 공연 감상 | 트랙백(1) | 덧글(2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거러췌... 애완도령이 핵심!
오 나와 비스므레한 느낌을 받으셔서-플러스 나보다 글을 더 잘 쓰시니- 염치불구하고 살짜쿵 갖고왔다~^0^ 솔직히 '웃다죽을' 정도로 즐거운 영화는 아니었던 것이-_-.... 박찬욱씨가 농담을 너무 과하게 하시다보니 자기 농담에 자기가 묶였다는 느낌을 받아서 조금 지루했단 말이지 (복수는 나의것 정도를 기대하면 안된다고 미리 듣고 갔으니, 적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할 수 있었다) 금자+금자딸(내가 좋아하는 마스크의 소녀)+간간히 보이는 재기와 즐거움이 이 영화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나처럼 상암CGV 아트레......more
'자 하세요' 해서 그 뒷 장면을 엄청나게 기대했는데
바로 침대에 누워서 이불쓰고 있는 장면이 나와서 왕실망했었지요 ㅡ.ㅜ
쿄코님의 평은 훌륭하십니다. 쿄코님은 정말 여러 분야에 다재다능하시군요. 건강이 받쳐줘야 하는데...[한숨]
링크따라가서 봤던 사이오닉스톰H언니 리나님의 평도 좋았습니다. 군더더기없고 핵심을 찌르는 비평이었습니다.
쿄코님 말씀처럼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지만 그렇게 때문에 더 재미가 있었어요. ^^ 묘~한..진짜 묘한 느낌의 영화였거든요.
저는 "구원"영화가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수를 했음에도 마음의 구원은 얻을수 없었나니, 헛되고 헛되도다...같은;;
요즘 관객들의 수준이 수직낙하하고 있는 경향인것 같습니다. 저도 벌떡 일어나 멱살을 쥐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어머, 나 이거알아. 이거 찬송가잖아" "어머, 정말 그러네"
....그 대화뒤로 현악 4중주의 연주에 맞추어 아주머님들의 찬송가 합창......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 어머님 연배뻘이라서 나쁜 감정도 가지지못하고; 그저 한숨만 쉬었죠;;;;
금자씨 저도 비슷한 생각하면서 봤더랬죠.
시릴르님/글쳐? 딱 애완도령 간지(..)
사발대사님/사발대사님도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군요.^^ 평이 훌륭하다니 감당할 수 없는 과찬이십니다.(부끄럽다-_-;;) H언니는 원래 영화 전문 평론가이십니다. 엔키노에도 오랫동안 연재하셨구요. 저따위는 비교도 안 된다는..흑흑.
슈타인호프님/한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은데.. 취향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평을 재미있게 읽어 주셨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sebai님/요트도 요트지만.. 그냥 살인과 폭력 자체를 즐긴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걸 표현해내는 최민식은 역시 대단합니다. 이런 상태 안 좋은 영화가 자주 나오면 저야 좋겠지만 자주 나와 줄지-_-;
꿈의대화님/흑흑흑흑흑흑...ㅠ.ㅠ
구원이라.. 말씀하신 건 끝의 나레이션 분위기와 겹치네요^^ 그런데 구원에 대한 얘기라기엔 그 전에 해놓은 게 너무 많아서..-_-;
RocknCloud님/전 올드보이도 그렇게 잔인하다는 생각이 없었-_-;;
관객... 전 영화관보다는 클래식 공연 쪽을 더 자주 갑니다만 요새는 갈 때마다 화를 냅니다. 왜 공연중에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건지, 가민히 있지 못하고 부스럭대는지 모르겠습니다. 다 묶어놓고 때릴 수도 없고..ㅠ.ㅠ
오징어에 맥주에 전화까지.. 황당한 사람들 참 많습니다. 그런데 딴 소리지만.. 밤 1시 50분에 오징어에 맥주가 먹고 싶습니다..ㅠ.ㅠ
Dummy님/두서없이 끄적인 글인데 좋게 봐 주신 것 같아 감사합니다.(__);;
소마님/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듯이 코드입니다.^^
핑크팬더님/제가 본 곳에서는 그 부분에서 웃은 사람은 언니랑 저밖에....ㅠ.ㅠ
나나/엉엉 우린 언제 밝은 태양 아래서 애완도령이랑 노나?
나 백수됐어. 자주 안 만나주면 미워할거야. 맛있는 것도 줘.-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