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

1. 안 좋은 일이 있으면 항상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사랑과 인정을 받고 누구나 다 나를 좋아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이 그 누군가는 나를 싫어할 수도 있겠지. 블로그에 올린 농담들을 보며 얄팍하다고 생각하고, 불쾌해하고, 저질 농담이나 일삼는다고 생각하고.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상관 없지 않은가? 나는 나를 저런 식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끄적이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글을 쓰는가? 그것도 아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끄적인다. 많은 사람들이 와 주고 나의 글을 읽어 주지만 결국엔 블로그에서의 나는 항상 혼자일수밖에 없으며 그걸 항상 염두에 두고 무언가를 써 나간다. 글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농담, 이미지의 파편들. 그런 결과물로 인해 내게 호감을 가진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고, 그런 글들을 보며 잠시라도 즐거워하고 뭔가를 생각하게 한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포기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빨리 포기하는 게 현명한 거다. 비록 내 자신 지독하게 치덕한 인간이지만.-사실 쿨이란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경기가 날 지경이다. 나는 쿨한 인간이 죽도록 싫다. 인간관계에서 쿨하다는 건 곧 관계를 포기한다는 말과 비슷하게 느껴져.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블로그 주소는 야마다 에이미의 120p coool이라는 것도 참 묘한 일이긴 하다.- 뭐 어쨌든.

그렇다. 머리로는 충분히 알고 있다. 내가 누군가를 죽도록 싫어하고 네가 정말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언령이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되뇌이는 것과 같이, 별다른 이유 없이 나를 증오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왜냐고? 언제나 그랬듯이 이 세계는 보이는 게 전부니까. 게다가 전부 볼 수조차 없어서 결국엔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내게 호감을 가지는 사람은 나의 좋은 점을 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단점을 보게 되는 것. 인간관계의 시작이자 끝. 영원한 수수께끼. 서로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은 알지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래서 항상 생각한다. 내게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지만 않으면 일단은 넘어가자고. 타인의 세계가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해서 내 잣대로 그 사람을 재단할 수는 없는 없지 않은가? 내가 그런 일을 당하는 것도 싫지만 내가 남에게 함부로 개입하는 것도 치가 떨리게 싫다. 가능하면 살면서 그런 일들은 겪지 않기를 바란다. 그건 마치 지옥 같아. 깨지지 않는 유리벽을 가운데 두고 목이 터져라 서로 상대편에게 얘기해 보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그런 지옥.




2. 그러나 내 영역 안에 누군가가 흙발로 들어오게 되면?

나는 언제나 싸움은 해야 할 때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걸려오는 싸움은 받아 주는 게 예의이며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이후에 고민하게 되고 자신에 대해 회의하게 되고, 지독하게 배타적으로 변해버린 자신을 느낀다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를 싫어한다고 해도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게 그 자신의 영역에서만 목소리를 낮춰 얘기해 주었으면 한다. 알게 되면 그때는 어쩔 수 없잖은가. 싸울 수밖에.
언제나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비겁한 인간이었고 앞으로도 그건 마찬가지다. 나와 내 영역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비겁한 행동을 하는 인간이 있다면 난 싸울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자랐으며, 그렇게 해야만 지킬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도 안다.


3.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내가 쓰고 싶은 것들을 계속 써 나갈 거다. 지금까지처럼.

-나는 언제나 직설적으로 얘기하려고 '노력' 한다. 그렇게 욕망에 충실하고 싶다.
우아하고 고상한 것도 좋지만, 난 기본적으로 내가 즉물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걸 까발겨 보여 줄 필요는 없겠지. 적당히 포장해서 안이 보일듯말듯한 쪽이 좀더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보이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정직이 최선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는가? 적당히 냉소적이고 위악적인 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좀더 도움이 되는 게 아니던가.
하지만, 난 글을 쓰면서까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건 살아나가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내 영역과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언제나 솔직하려고 노력했고 블로그도 그런 영역의 하나다. 그래서 여기에는 그날그날 생각나는 것들을 가능한 한 여과없이 적어내려가려고 생각한다.

위는 전에도 했던 말이다. 나의 글로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지 그건 읽는 당신의 자유이다. 그러나 그 평가를 내리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은, 내 블로그에 적힌 나의 글 이외에 나의 무엇을 아는가?

라고 얘기해도, 나도 안다. 이 세계에서는 보이는 게 전부일 뿐이라는 걸. 그래서 결국엔 말할 수밖에 없다.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굴복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잊지 않는다. 언제나. 처음부터.






by kyoko | 2006/01/13 02:46 | 개삽질-_- | 트랙백(1) | 덧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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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장미를 보고 느낀 단상 at 2006/03/10 06:21

제목 : 새벽의 마력에 취해
잡상. 사람이 하고 사는 일중에는 즉흥적인것이 꽤나 많다. 그런 즉흥적인 것들중에 오늘새벽 내가 이글루를 새로가입하고 이곳에 리플.. 을 달기위해 트랙백을 쓰는 이런일도 즉흥적인 일들중에 하나일테지. 시작은 그러했다. 우연희 하얀늑대들의 하데스님 블로그를 둘러보다 그분의 애인의 이야기를 보고......more

Commented by 인시 at 2006/01/13 04:45
생각 오래오래-
Commented by 은하철도의밤 at 2006/01/13 08:17
멋~쥐십니다. 저같이 소심한 사람은 그런 용기가 부럽거든요. 계속 지금처럼 꿋꿋이 가세요.

"개야 짖어라 기차는 달린다"
Commented by Nariel at 2006/01/13 08:42
쿄님이 절대 굴복하지 않으시도록 저도 성원하겠사와요.
(채찍에는 징을 박을까요; 부츠는 이미 신었슴다;)

위의 코멘트는 농담성이구요. 약간만 찌질한 답글이 달려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제게 쿄님의 대응은 속이 시원하기도 하지만 웹에서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자유를 침해당하는 모습이 늘 안타까웠어요. 남자가 그런 글을 쓰는 것은 괜찮은데 왜 여자한테만 이렇게 찌질이가 많이 붙는 건지. 여자에게는 그렇게 쉽게 찌질스런 말을 해도 되는 건지 하는 생각에 불끈하기도 했구요.

저는.. 쿄님의 글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아마 많은 여성 손님들이 그럴걸요. 그래서 쿄님이 아프거나 상처받으면 저도 힘들어요 ㅠ.ㅠ (오바다, 너;) 여자라는 성 전체가 당하는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암튼 좋아하는 글을 쓰는 분에게 왜 저따위 찌질이가 붙는거냐!!하는 분노로 타오르는 게 요즘의 접니다.
-_-++

암튼 힘내세요!! 쿄님 뒤엔 제가 있;(퍼억)
Commented at 2006/01/13 09:2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6/01/13 10:12
쿄님이 굴복하시면 미소년 양육은 누가 책임을...(쿠, 쿨럭-)

(링크 신고 드립니다.)
Commented by 프로기 at 2006/01/13 10:45
안녕하세요 지금껏 열심히 보기만 하다가 처음 인사드립니다.

Nariel님처럼 저도,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던 것 같기도 해요. 여자들한테는 그런 얘기를 못하게 하는 현실이 싫지만 그런 사회에서 하도 오래 살았던지라 제가 직접 하자니 잘 못하고 ㅠ_ㅠ

아무튼 욕망에 충실하다는 건 멋진 일이고, 솔직히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nina at 2006/01/13 11:07
안녕하세요. 1년여간 눈팅만 했는데 첨으로 글을 써요. 쿄쿄님 참 당당하고 멋있으세요.
저 분당사는데 언제 한번 홍루나, 라돌체비타에서 뵙고 싶네요~ ^^ 거절하지마세요! -_ㅠ
Commented at 2006/01/13 11:3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uxferre at 2006/01/13 12:25
저는 주변에 크게 신경을 안쓰고 사는 타잎이라... 내 사람들(내가 알고 친하게 지내는..)을 건드리느냐 아니냐가 주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싸움은 일단 무시... 그리고 정말 죽여버린다 싶을때만..
Commented at 2006/01/13 12:3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핑크팬더 at 2006/01/13 13:08
글 안에서만이라도 솔직해지는 것 역시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제가 못하는 걸 쿄님이 하실 때 속이 후련하다고 느낀 적도 많구요. 윗분들 말씀처럼 여자가 솔직해지면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너무나 싫어요. 하지만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쿄님 글 읽는 것이 즐거울겁니다. 밸리에서 쿄님 글이 뜨면 너무 반가운걸요. ^^
힘내세요. 인터넷에서도 찌질한 사람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믿고싶네요.
Commented by 연아 at 2006/01/13 13:10
걸려오는 싸움은 받아 주는 게 예의이며 도리==>명언입니다.
싸움을 걸고 싶음 로그인이라도 하던가요. 어이없는 ㅆ..들
확실히, 여자가 쓰는 글에 찌질이들이 더 달라붙는 경향이 있죠. 여자다=좀 만만하다 는 등식을 지고 사는 시베리안허스키들, 그리고 '같은 여자의 적' 인 신발라마같은 여자 찌질이들이 있는 한 계속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게 우울합니다.
쿄님이 비로그인 익명을 막아버리신다면 저 기꺼이 가입합니다. 쿄님을 사랑하는(..)팬도 많다는 거 기억해 주세요 ^ㅂ^
Commented by 비리 at 2006/01/13 14:57
연아님 말씀처럼 쿄코님을 사랑(?)하는 팬들이 더많고 그런 개쉐리찌질님들은 일각이잖아요..^^

즐겁게(?) 살아주시는..쿄코님이 좋은데요^^ 애완프로젝이 완성되는걸 기다리고 있어요...화이삼^^
Commented by 푸른툭눈 at 2006/01/13 15:34
건투를 빌겠습니다. ^^
Commented by Faye at 2006/01/13 18:06
잉잉잉잉잉
Commented at 2006/01/13 19: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cully at 2006/01/13 19:31
으휴- 저도 같은 생각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시란 말입니다!!! 꼭. :)
Commented at 2006/01/13 20:1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로퍼 at 2006/01/13 22:02
어떤 사람들은 싫어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그런 사람들은 싫어하라지요. 쿄님의 시원시원한 직설적인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많이 있을거구요, 저도 종종 들러서 항상 즐거워지고 갑니다.

답글을 달 좋은 타이밍인 것 같아..늘상 조용히 읽고 가기만 하다가 인사를 남기고 갑니다. =)
Commented by FireBird at 2006/01/13 22:20
아하하하...이래서 쿄코님이 참 좋아요^^*
Commented by 사이오닉스톰H at 2006/01/14 01:42
집 앞에 똥이 있으면 치우는게 의무이자, 예의지.
Commented by 우유커피 at 2006/01/14 02:52
좋은 글 많이 읽고 갑니다. ^-^ 덤으로 링크군도 살짝 업어갈게요. 앞으로도 힘내셔서 멋진 글 많이 써 주시길...^-^
Commented by 하늬 at 2006/01/14 09:07
빨리 다 청소되고.. 깨끗하게.. 날씨 좋은 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Zig at 2006/01/14 14:04
이미지만으로 평가되는 것엔 언제나 저도 주먹불끈하지만 별수 없더군요, 남들도 저도. 그래도 핵심을 꿰뚫어 봐주는 사람은 언제나 있는 것 같아요. 그 몇몇의 보석을 믿고 오늘도 정면 돌파.
이 글을 읽자니 제가 쿄코님 글을 좋아하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보이는 것 같네요. 글을 잘 쓰셔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본의든 아니든 (읽는) 제 앞에서 낱낱이 당당히 알맹이를 끄집어내기 때문에 글이 빛나시나봐요.

글이 길어지면 찌질하지 않을까 항시 걱정입니당. ^^ 그래서 항상 인사만 남기고 도망가지만 모처럼 고백글 남겨봅니다. ///
Commented by Zig at 2006/01/14 14:18
컥.. 최신글부터 읽다보니 이런; 아랫글 읽고 다시 보니 영 분위기 파악 안된 글이 되었군요(끙끙).
그 그래도 그냥 남겨놓고 갑니다. ;;^^ 쾌청한 주말 되세요!
Commented by 에이리 at 2006/01/14 17:28
언제나 솔직하시고 당당하셔서 너무 아름다우신 쿄코님!!
화이팅 이에요~ 항상항상 좋은 일만 있으셨음 좋겠어요 ㅠ.ㅠ
Commented by 존  at 2006/01/16 18:28
링크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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