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은 책- 유리 망치, 지푸라기 여자, 돌원숭이 등
최근 읽은 책 얘기.
잡식성의 활자중독이라 하루에 적어도 한두권은 책을 읽지만 독후감을 싫어하는 성격 탓인지-_-; 책 얘기는 영 안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산 책 또 사고-_-;; 본 책 또 보는 멍청한 짓을 하곤 해서 가능하면 무슨 책을 읽었는지 메모라도 해둘 요량이었는데, 그것조차 쉽지가 않다 흑흑. 앞으로는 한줄이라도 쓰고 넘어가야지;;

1. 기시 유스케- 유리 망치.

"검은 집" 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기시 유스케의 추리소설. "검은 집" 은 백만부 이상 팔린 책이고 일본에서도 영화화된 소설인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영화화 준비중. 차기작인 "푸른 불꽃" 은 좀 모자랐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번에 본 유리 망치는 정말 오랜만에 '트릭' 에 치중한 본격 추리소설이라는 느낌이라 꽤 두꺼운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독파했다. 개인적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보다 훨씬 '제대로 된' 추리소설가라는 느낌이다. 추리소설의 정통 트릭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꽤 흥미있게 읽을 만한 책. 일본 장르소설 특유의 끈적한 느낌이 없다는 점도 맘에 든다. 단 주인공이라면 주인공인 방범샵 주인이자 도둑인 에노모토 케이는 별로 맘에 안 들었다. 루팡인 척 해도 너도 나쁜 넘이야 임마.-_-


2. 카트린 아를레- 지푸라기 여자.

프랑스의 여류 추리소설가 카트린 아를레가 1956년에 발표한 완전범죄 추리 소설. 워낙에 유명한 책이지만 읽지는 않고 있다가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는데 워낙 오래된 책이니만큼 어디서 많이 본 설정에 현대에는 정형화되어버린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정형화된 인물들이 매력인 소설.
그러나 중반 이후로부터는 장르 독자들의 바램을 철저히 배신하는 책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에서는 화까지 난다.-_- '냉정한 시선' 이라고 얘기를 하기에는 감정이입을 할 만한 인물이 없고, 이야기 자체로만 즐기기엔 치밀하지 못하다. 절반까지는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호감이 갔는데 안타깝다.-_-


3. 제프리 디버- 돌원숭이.

저번에도 포스팅했던 링컨 라임 시리즈의 최신작. 반전에 반전, 또 반전을 하염없이 추구해서 반전강박증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들었던 전작들과는 달리 비교적 밋밋하지만 서양인의 시각에서 보는 동양적 사상과 인물들이 제법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특히 매력적인 건 중국인 형사 소니 리. 상당히 호감가는 인물상을 만들어 냈는데.. 제프리 디버 아저씨는 너무 매정해.-_- 어쨌든 잘 쓴 장르소설은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인물의 힘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아 소니 리 아저씨 다음편에도 나왔으면 꽤나 재밌었을 텐데 말이지 흑.
서양에서 만드는 각종 영화나 책 등에서 그려지는 동양(이라지만 주로 일본이나 중국)의 모습은 대부분 너무나 피상적인데, 그건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 피상적인 것마저 완전히 어긋났다는 생각이 드는 게 여러번이라 보통 이런 소재의 책이나 영화는 피하는 편인데도(배트맨 비긴즈.. 그런 게 나올 줄 알았으면 안 봤지 젠장-_-) 그런 거부감이 없이(혹은 상당히 적게) 두 권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는 건 개인적으로 큰 메리트였다. 역시 장르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한번 권하고 싶은 책.


4. 히가시노 게이고- 게임의 이름은 유괴, 백야행.

일 때문에(..)읽은 책인데 이건 뭐...-_- 이게 어디가 추리소설인지는 백만년을 생각해도 모르겠고, 본질은 그냥 캐변태 연애소설(...)이 아닌가 싶다. 히가시노 아저씨가 감히 기시 유스케 따위를 나랑 비교하다니! 했다는데... 그렇지. 정통 추리소설 작가와 연애소설 작가는 비교하기가 좀.-_-;;
그렇다고 졸라 못썼다는 건 아니고-_-;; 설렁설렁하게 읽을 수는 있는 책. 둘 중에서는 그래도 백야행이 낫더라.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기엔 끈끈한 그 분위기가 플러스가 될 수 있을.. 까? 워낙에 이런 걸 별로 안 좋아하는지라 잘 몰겠어;;


5. 유메마쿠라 바쿠- 음양사 시리즈 별전 포함.

얼마 전 별전을 사면서 일단 출간된 건 모두 읽었는데.. 처음엔 그 허술한 구조에 분노마저 했었지만 몇 권을 읽다 보니 그것조차 매력이 되더라.-_-;;; 시파.. 한 페이지가 뻥 안 치고 아래랑 똑같다.-_-;

"그러면 가세."

"그런가?"

" 그렇다네."

"그렇게 갑자기?"

"안 갈 텐가?"

"가겠네."

"그럼 가세."

"가세."

일은 그리 되었다.


게다가 나오는 주인공은 헤이안 시대 실존 인물인 아베노 세이메이와 히로마사인데.. 똑같은 인물 소개를 매 권마다 해대니 이건 뭐.. 외우겠다.-_-; 진행되는 스토리들도 신고금집이나 만엽집 등 일본 고전문학에 조금이라도 조예가 있다면 대충 알 만한 것들. 공부 드럽게 안 했던 쿄씨조차 이건 일본 고전문학 시간에 들었던 것 같은데..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린 것들도 꽤 되더라.
그러나 그런 뻔하다면 뻔한 스토리들을 시침 뚝 떼고 그럴듯하게 슬슬 풀어가는 게 의외로 꽤나 재미있다.-_-; 소재가 소재다보니 여름밤에 수박 썰어 놓고 설렁설렁 보면 더 어울릴 책.

 다른 책도 있지만 쓰다보니 지겹다-_-; 다른 글로 올려야지 호호.-_;;;
by kyoko | 2006/07/23 22:49 |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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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Typical at 2006/07/23 22:56
이런 아름다운 글에 짤방이 없다니 아쉬움이 하해와 같사옵니다.
Commented by 오모 at 2006/07/23 23:26
앗, 저도 유리망치 하루만에 독파했는데 재밌지 말입니다! 기시 유스케 너무 좋아요.
Commented by tzimisce at 2006/07/23 23:41
우와.. 기시유스케의 책을 여기서도 만나는 군요. 안그래도 오늘 [검은 집]을 샀는데 들고오는 동안 다읽어버려 안타까워하고있답니다. 그리고 바쿠씨의 글은 원래 그게 매력아니겠습니까...ㅎㅎㅎ ^^
Commented by 황문악 at 2006/07/23 23:49
요즘 들어 부쩍 일본 장르소설들을 읽고 싶은 충동이 많이 듭니다... 만화 <몬스터>나 <암스>정도라면 충분히 매니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참.. 눈팅만 하다 책 얘기가 나와서^^ 인사드립니다.
Commented by KeRo at 2006/07/24 00:00
흠.. 백야행은 드라마가 나온거 같은데..;;
Commented by 드라이첸 at 2006/07/24 00:06
배트맨비긴즈를 보고나니..양키들은 배알도 없나 싶더군요. 자기 나라 영웅을 일본에 팔아버린듯한 느낌이 들어서요.
유메마쿠라 바쿠씨...학교도서관에 책이 꽤 있는데...어느책을 보나...특정부위가 잘려나갔더군요...-_-; 이 양반이 본래 요괴소설을 쓰는 사람인지 관능소설(변태적인)을 쓰는 사람인지 헷갈리지만..학교 도서관 책으로 본다면 18금적인 관능은 사라지고 없겠더군요. 그래도 글 전체에 흐르는 끈적한 분위기가 어디 가버리지는 않지만.
Commented by kyoko at 2006/07/24 00:24
A-Typical님/헉 아름다운 글이라뇨; 부끄럽;;;(그래도 짤방을 안 올린 건 저의 실수-_;)

오모님/오모님도 재미있게 보셨군요!!^^ 이 아저씨 느무 잘 씁니다. 정말 책장이 저도 모르게 술술 넘어가지 말입니다 호호.

tzimisce님/그러게요^^ 바쿠아저씨는 진짜 그 설렁설렁함이 매력인 것 같아요. 첨엔 뭐지 싶었는데 이제는 저런 대목이 나오면 입은 웃고 있습니다.^^;; 기시 유스케 아저씨는 진짜 한 번 손에 들면 끝을 보게 만드는 재능이 있는 듯..^^
Commented by kyoko at 2006/07/24 00:32
황문악님/안녕하세요^^ 일본 장르소설을 안 읽어보셨다면 기시 유스케나 유메마쿠라 바쿠 다 괜찮으실 것 같습니다.^^ 실은 전 교고쿠 나츠히코 씨도 무척 좋아합니다만..맘에 드실지;-_-;

KeRo님/예 백야행 일본에서드라마로 제작되었죠.^^;이 아저씨 건 거의 드라마랑 영화화가 되었더라구요. 한국에서도 제작예정이라 그게 메리트가 있을까 생각한 거였답니다.^^;;

드라이첸님/음.. 전 미국 영화에서 동양적이라고 표현하는 게 항상 굉장히 뜬금없어 보이더라구요. 배트맨에서 선 사상 같은 게 나오는 건 정말이지;
Commented by 독심호리™ at 2006/07/24 00:47
짤방이 없으니 왠지 허전하군요 -0-)a
Commented by kyoko at 2006/07/24 01:25
독심호리™님/앗; 제 짤방을 좋아하시는 분이 의외로 많으시군요..(맞나?-_;)
Commented by thunnus at 2006/07/24 02:07
음양사 얘기를 보니까 예전에 몽골제국을 다룬 어느 책의 단순한 대화내용이 기억나요. 어떤 사람이 숲에서 사슴을 굽고 있었는데, 누가 지나가다가 "동무여, 나눕시다!" 그러니까 "주리다!" 뭐 다 이런 식이었다는.... ㅡㅡㅋ
Commented by 연화 at 2006/07/24 02:21
옛날 금작물어집을 수업시간에 한 학기 내내 배웠는데, 그 때 히로마사 이야기가 나와서 시험볼때 아베노 세이메이를 질겅질겅 씹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_-;; 한 쪽을 저렇게 때우다니 어지간히 귀차니즘...-_);;;
Commented by winnie at 2006/07/24 03:13
돌원숭이 저는 며칠전에 읽었지 말입니다^^
이번 책 정말 맘에 들더군요.
전 디버의 롤러코스터반전도 무지 좋아하지만요.

소니 리는-_- 라임이 책 찾아 사인할 때 이미 확신이 서더군요.
흑-_-
Commented by yu_k at 2006/07/24 08:20
똑같은 인물 소개를 매 권마다 해대니 -> 그거 세뇌예요 세뇌...ㅠㅠㅠ(...) 저도 막 첨엔 비웃었었는데 이거 무섭습니다?
Commented by luxferre at 2006/07/24 08:56
인물소개를 매 권마다 하는거 일본 소설의 특징인것 같습니다. 전국시대 무장들이 자기 소속과 이름 밝히는 것 처럼말이죠. 요괴들이 등장하는 퇴마계 소설을 읽어봤는데 동군 300, 서군 300의 요괴들이 출신과 요괴명이 다 나오더군요...
그것만 5페이지--;
Commented by hansang at 2006/07/24 09:50
검은집은 정말 수작이었죠. 여름날 읽기 딱 좋은.
Commented by 로무 at 2006/07/24 15:14
전 바쿠 좋아해요 >.</ 제마행인가 하는 시리즈는 상당히좋아했음..
Commented by garuda at 2006/07/26 11:02
음양사... 책으로는 읽지 않고 만화만 보았는데 제가 굉장히 칭찬하는 작품입니다. 일러스트가 뛰어날 뿐 아니라 그 내용에도 드물게 깊은 맛이 있습니다. http://www.najanaja.co.jp/omj/omj_frame.html
Commented by ASPIRIN at 2006/08/04 14:23
헉. 다르게 검색해서 왔는데 읽다가 '쿄씨'라는 부분에서 놀랬습니다;;
길은 한곳으로 통한다?;;

지푸라기여자를 살까- 해서 어떤책인지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참고가 되었습니다 ^^
Commented by 퐝메리 at 2008/05/08 04:55
유리망치 저도 재밌게읽었어요 기시유스케작품은 다 읽어보았는데 유리망치는 뭐 다른작품들에 비해서 흡입력은 촘 떨어졌지만..(문체가 워낙 덤덤한지라 소재가 천사의 속삭임이나 검은집처럼 특이하고 강력한..그런걸 원한다규 ㅋㅋㅋㅋㅋ)에노모토케이는 매력적이지않았나요?주인공이라 단점이 커버되기도했지만 모르는것도 없고 못하는것도없는점이 당시엔 참 멋있었는데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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