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11일
구질구질한 추석 이야기
올해는 추석 기간이 참 길었다. 어차피 하는 일이 추석과는 관계없는 것들이지만, 그래도 평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아버지 집에도 가야 하고, 어머니와도 시간을 보내야 한다. 두 분이 따로 사시기 때문에 배로 힘이 든다. 그래도 부모님의 이혼은 지금 생각해도 두 분이 만나서 하신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못한 일은.. 자식을 낳은 거려나-_;;;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님.. 아니 이게 아니고 호호.
명절 전날엔 어머니와 만나 평촌의 일식집에서 점심 코스를 먹었다. 추석이라고 집에서 지지고 볶고 하는 거 딱 질색이다. 초딩때부터 17년 동안 제삿밥이랑 차례밥 했으면 됐지 뭘 또 더 하냐. 어머니는 원래 명절때는 저 멀리로 도망가는 사람이라 오히려 나보다도 일을 덜 했지만 말이지.-_;;;
어쨌든 둘이 마주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천천히 하면서 가지런히 놓인 예쁜 회와 초밥등을 먹고,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전해주기로 한 짐을 챙겨 다다미방에서 나왔다. 어머니는 화장실에 가셨고, 나는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식사 시중을 들어주던 종업원이 쇼핑백등을 받아주다 안에 있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백을 보고는 호기심이 생겼는지 무슨 가방이냐고 물어본다. 보고 싶다고 하길래 꺼내서 보여줬다.-_-; 너무 이쁘다고 감탄을 하다가 역시 같이 쇼핑백에 들어있었던 미니멈의 실크 바바리도 만져 본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오시자 어머니가 들고 있는 버버리 백 등을 보더니 따님이 사주셨냐고 묻고는 같이 쇼핑하다 왔냐는 둥 역시 딸이 있어야 한다는 둥, 모녀가 이렇게 와서 식사를 하는 걸 보니 너무 보기 좋다는 둥 한참 수다를 늘어놓는다. 남들이 보기엔 팔자좋게 몇백씩 그어대며 쇼핑하다가 괜찮은 데 점심 먹으러 온 적당히 잘 사는 모녀같이 보이는 걸까 생각했다. 좋은 언니구나. 여기 다시 오지 말아야지.-_;
나와서는 길을 걸으며 예전에 팔아치운 평촌의 아파트 얘기를 했다. 사실 별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바로 앞에 아파트가 보이니 어머니를 말릴 도리가 없다. 어머니는 지금도 그 아파트 얘기를 하면 이를 부득부득 간다. 하긴 팔고 나서 4억이 올랐으니 말 다했지. 그러고 보면 참 금전운이 없는 집안이었단 말이야. 바로 얼마전까지도 구질구질하고 힘들게 살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게 왠지 아득하게 느껴진다. 가난도 잊혀지는 걸까.
어쨌든 이 날은 손해보는 만남이었다. 어머니가 전통주랑 직접 담근 막걸리를 내는 가게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10월 내에 차려주기로 약속해버렸다.-_-; 전부터 얘기를 나누긴 했는데, 이번에 가게가 괜찮은 게 나온 듯 싶다. 견적은 저번것보다 좀 올라갔지만...;
그래도 가지고 있는 돈도 좀 있고 계약금 들어올 게 있어서 편하게 생각했었는데, 바로 어제 계약금이 빨라도 12월에 들어온다는 걸 알아버려서; 대충 500만원이 모자른다. 쟁여놓은 거 홀랑 다 팔아치우면 되려나-_;;;; 엄마 성격에 차려주기 전까진 나를 얼마나 들볶을지 모른다. 마른 멸치가 되기 전에 어디 가서 삥이라도 뜯어야 하나.....-_; 님들아 던점 신공이라도 펼쳐 봐야 하나. 하튼 어머니가 뭔가를 하시는 게 나도 행복하고 어머니도 행복한 거니까 차려주긴 해야 할 텐데 말이지.-_-
그 다음날엔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그러고보니 아버지가 이사간 다음엔 처음 간 거다. 집 넓찍하고 좋더라. 새엄마랑 둘이 사는데 왜 40평대 후반의 아파트를 샀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_-; 인테리어도 다 다시 하고 가구도 이쁜 걸로 들여 놓고, 벽이랑 천장 조명도 화려하게 해 놓았다. 내 취향엔 좀 너무 화려했지만.
과일을 깎아 놓고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7월에 아파트를 사고 인테리어를 했더니 그새 원래 샀던 가격에서 9천만원이 올랐다고 그러신다. 더 많이 오르면 다시 팔고 더 큰 데로 이사갈까 생각중이라는 얘기와, 지금 차가 연비가 안 좋아서 한대 더 살까 하는 얘기를 듣다 보니 왠지 또 묘해진다. 돈 때문에 개지랄하고 아둥바둥한 때가 엊그제같은데 집 늘리고 차 늘리는 게 명절의 주요 대화가 되다니.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얼굴이 좋아지셨다. 역시 사람은 돈이 있고 봐야 하는 건가 하하. 하긴 나부터도 몇십 몇백만원짜리 가방과 옷을 미친듯이 쌓아두고 살고, 나 혼자 쓸 돈 정도는 가지고 있고 이쁘고 맛있는 데 가서 돈을 쓰는 걸 아까와하지 않고 있으니 어쩌면 일식집 그 언니가 제대로 본 걸지도 몰라. 진짜 부잣집 딸레미 같잖아 호호.
지랄한다.-_-
돌아오면서 생각한다. 왜 나는 아직도 삐딱한 걸까. 왠지 이제는 살만하다는 게 기만같이 느껴져. 고등학교 때 좌우명을 적어서 내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가화만사성을 적어 내던 나였지만, 기껏 모두가 하하호호 웃으며 행복해지자 따뜻한 가족 놀이가 지긋지긋해지는 이유는 대체 뭐냔 말이다. 이게 이제는 현실인데도 불구하고.
어쨌든 명절이 나쁜 거다. 명절 따위 대체 왜 있는 거샤 엿이나 먹어랏.
근데........ 5백은 어쩌냐-_;;;; 아 시파....
명절 전날엔 어머니와 만나 평촌의 일식집에서 점심 코스를 먹었다. 추석이라고 집에서 지지고 볶고 하는 거 딱 질색이다. 초딩때부터 17년 동안 제삿밥이랑 차례밥 했으면 됐지 뭘 또 더 하냐. 어머니는 원래 명절때는 저 멀리로 도망가는 사람이라 오히려 나보다도 일을 덜 했지만 말이지.-_;;;
어쨌든 둘이 마주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천천히 하면서 가지런히 놓인 예쁜 회와 초밥등을 먹고,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전해주기로 한 짐을 챙겨 다다미방에서 나왔다. 어머니는 화장실에 가셨고, 나는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식사 시중을 들어주던 종업원이 쇼핑백등을 받아주다 안에 있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백을 보고는 호기심이 생겼는지 무슨 가방이냐고 물어본다. 보고 싶다고 하길래 꺼내서 보여줬다.-_-; 너무 이쁘다고 감탄을 하다가 역시 같이 쇼핑백에 들어있었던 미니멈의 실크 바바리도 만져 본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오시자 어머니가 들고 있는 버버리 백 등을 보더니 따님이 사주셨냐고 묻고는 같이 쇼핑하다 왔냐는 둥 역시 딸이 있어야 한다는 둥, 모녀가 이렇게 와서 식사를 하는 걸 보니 너무 보기 좋다는 둥 한참 수다를 늘어놓는다. 남들이 보기엔 팔자좋게 몇백씩 그어대며 쇼핑하다가 괜찮은 데 점심 먹으러 온 적당히 잘 사는 모녀같이 보이는 걸까 생각했다. 좋은 언니구나. 여기 다시 오지 말아야지.-_;
나와서는 길을 걸으며 예전에 팔아치운 평촌의 아파트 얘기를 했다. 사실 별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바로 앞에 아파트가 보이니 어머니를 말릴 도리가 없다. 어머니는 지금도 그 아파트 얘기를 하면 이를 부득부득 간다. 하긴 팔고 나서 4억이 올랐으니 말 다했지. 그러고 보면 참 금전운이 없는 집안이었단 말이야. 바로 얼마전까지도 구질구질하고 힘들게 살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게 왠지 아득하게 느껴진다. 가난도 잊혀지는 걸까.
어쨌든 이 날은 손해보는 만남이었다. 어머니가 전통주랑 직접 담근 막걸리를 내는 가게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10월 내에 차려주기로 약속해버렸다.-_-; 전부터 얘기를 나누긴 했는데, 이번에 가게가 괜찮은 게 나온 듯 싶다. 견적은 저번것보다 좀 올라갔지만...;
그래도 가지고 있는 돈도 좀 있고 계약금 들어올 게 있어서 편하게 생각했었는데, 바로 어제 계약금이 빨라도 12월에 들어온다는 걸 알아버려서; 대충 500만원이 모자른다. 쟁여놓은 거 홀랑 다 팔아치우면 되려나-_;;;; 엄마 성격에 차려주기 전까진 나를 얼마나 들볶을지 모른다. 마른 멸치가 되기 전에 어디 가서 삥이라도 뜯어야 하나.....-_; 님들아 던점 신공이라도 펼쳐 봐야 하나. 하튼 어머니가 뭔가를 하시는 게 나도 행복하고 어머니도 행복한 거니까 차려주긴 해야 할 텐데 말이지.-_-
그 다음날엔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그러고보니 아버지가 이사간 다음엔 처음 간 거다. 집 넓찍하고 좋더라. 새엄마랑 둘이 사는데 왜 40평대 후반의 아파트를 샀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_-; 인테리어도 다 다시 하고 가구도 이쁜 걸로 들여 놓고, 벽이랑 천장 조명도 화려하게 해 놓았다. 내 취향엔 좀 너무 화려했지만.
과일을 깎아 놓고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7월에 아파트를 사고 인테리어를 했더니 그새 원래 샀던 가격에서 9천만원이 올랐다고 그러신다. 더 많이 오르면 다시 팔고 더 큰 데로 이사갈까 생각중이라는 얘기와, 지금 차가 연비가 안 좋아서 한대 더 살까 하는 얘기를 듣다 보니 왠지 또 묘해진다. 돈 때문에 개지랄하고 아둥바둥한 때가 엊그제같은데 집 늘리고 차 늘리는 게 명절의 주요 대화가 되다니.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얼굴이 좋아지셨다. 역시 사람은 돈이 있고 봐야 하는 건가 하하. 하긴 나부터도 몇십 몇백만원짜리 가방과 옷을 미친듯이 쌓아두고 살고, 나 혼자 쓸 돈 정도는 가지고 있고 이쁘고 맛있는 데 가서 돈을 쓰는 걸 아까와하지 않고 있으니 어쩌면 일식집 그 언니가 제대로 본 걸지도 몰라. 진짜 부잣집 딸레미 같잖아 호호.
지랄한다.-_-
돌아오면서 생각한다. 왜 나는 아직도 삐딱한 걸까. 왠지 이제는 살만하다는 게 기만같이 느껴져. 고등학교 때 좌우명을 적어서 내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가화만사성을 적어 내던 나였지만, 기껏 모두가 하하호호 웃으며 행복해지자 따뜻한 가족 놀이가 지긋지긋해지는 이유는 대체 뭐냔 말이다. 이게 이제는 현실인데도 불구하고.
어쨌든 명절이 나쁜 거다. 명절 따위 대체 왜 있는 거샤 엿이나 먹어랏.
근데........ 5백은 어쩌냐-_;;;; 아 시파....
# by | 2006/10/11 11:40 | 그 외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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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빡센 연휴를 보내셨군요 ;ㅍ;
날씨가 우중충해서 조금 우울해 지실 수도 있으니까
맛난거 드시구 기운차리세용>_<!!!!!!!!
(맛난거에 약한건 죄가 아니예여;;)
92년 평촌 꿈마을 아파트 분양받아 입주하려고 이사짐사다가
엄마가 암이라고 수술하는 바람에 이사도 못하고 팔았더니
투기세력으로 몰려서 세금 몰빵 당하고
10년만에 몇배로 집값이 뛰더구만요....
지금 살고있는 집은 그대로인데 왜 평촌만 뛰는건지(`.' )
올해 평촌 집값 상승율 전국1위라는 뉴스를 보고
엄마와 아버지가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던디...
울아버지 왈 돈 복없는 사람한테는 돈이 피해간다나...
한살한살 더 먹을수록 명절부담감은 백만배씩 늘어나고있어요ㅠ_ㅠ
;ㅅ;
히스하님/음.. 명절이란 게 원래 사람을 좀 삐딱하게 만드는 걸까 생각중이랍니다 흑. 맛난이 생각도 별로 안 나고;;(네가 웬일이냐-_;)
Charlie 님/헉.. 두달...ㅠ.ㅠ
팔 건 아직 엄청나게 많답니다.-_; 이번엔 정말 열심히 맘잡고....-_;;;;
탱쥐바보님/헉.... 느무 우울하네요ㅠㅠ
평촌 정말 신기하게 뛰고 있더라구요. 전에 주공 있던 데도 래미안이랑 다 들어오고.. 정말 복이 없으면 돈복도 피해간다더니; 저희 집도 그렇답니다 흑흑.
레이시님/전 내년 설날땐 대체 어떡해야 하나 고민중이에요..ㅠ.ㅠ 내년엔 서른둘인데.. 외국으로 날라버릴까요?
좀비君님/진짜 그 구도가 부담감 백만배예요. 어차피 서로서로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돈자랑하고 그러면 난감하던데 요새 왠지 그런 필도 좀 나고.-_-
『한군』님/아마 오픈하면 안양일 텐데; 오실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구라마왕님/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흑흑
지그님/명절 느무 싫어요 잉잉 ;ㅁ;
수달님/앗! 어디 놀러가는 방법이 있었군요!! 이번 설에는 그 방법을 한번..-_-;;기운낼게요.^^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__)
전 근 몇년째 자의반 타의반 가족과 접선을 안합니다만,,,
대략 복잡한사연이 흑흑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