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워- 잡다한 감상.



디 워 감상.

블로그 자주 오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지난달 맥스무비에서 피규어와 예매권 4장 묶음판매 이벤트를 하길래 그때 질러 두고 계속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8월 1일 드디어 개봉을 한 걸 알고 바로 저녁 10시 반 상영표를 구입해 첫날 보러 갔다 왔다. 영화 줄거리 등은 하도 여기저기서 얘기가 많이 나왔으니 생략하고 감상 위주로 써 본다.

관객은 상당히 많았다. 열시 반인데도 부모님이랑 같이 온 어린이들이 꽤 많이 보였고, 극장 좌석의 4분의 3 정도는 찼던 것 같다. 본 곳은 분당 씨너스. 서울이 아닌데도 이 정도면 다른 곳은 장난 아니겠다 싶었는데 나중에 들어와서 보니 큰 멀티플렉스들은 거의 매진이더라. 맥스무비나 티켓링크 등 주요 예매 사이트들에서도 계속 40~60% 정도의 예매율을 보이는 듯. 3일동안 백만이 넘었으니 주말이 지나면 2백만은 넘을 것 같다. 사실 심빠;; 까진 아니더라도 심형래 감독님을 응원하는 입장이라 다행스런 마음으로 자리에 앉자 곧 영화 시작. 

처음 오프닝은 괜찮았는데, 이무기의 발자국을 슥슥 쓰는 사람을 비춰주며 영화가 시작되자... 굉장히 저예산이라는 느낌이 든다.-_-; 이 느낌은 후반 전투신이 나오기 전까지 거의 일관되게 적용. 굉장히 B무비스럽다.
그리고 주연과 조연을 막론하고 배우들의 연기에 상당히 성의가 없다. 미국인 배우들은 거의 '이런 듣보잡 영화에 내가 나와서 연기를 해야 해?' 수준...-_;; 한국인 배우의 연기력에 대해 말이 많은데 사실 한국 배우들은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오히려 주인공 새라가 더 맘에 안 들더라. 감독이 인물을 잘 못 살리는 탓도 있지만 언니의 연기가 많이 안 좋다.-_; 전에 용가리때도 조금 느꼈지만 심각독은 참 뭐랄까.. 가끔 굉장히 뻔하게 도식적으로 찍으면 무난할 부분인데도 그 영화의 도식을 잘 몰라서 그만 어색하게 찍는;; 것들이 좀 있는 것 같다. 디 워에서 예를 들자면 새라가 꿈을 꾸다 헉 하면서 깨어났는데 깨어날때 꿈인 걸 효과적으로 인지시키려면 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클로즈업하고 거기서 평온한 침실을 비춰주며 한 템포 쉬는 것과 같은 그런 당연하다면 당연한 연출을 너무 후다닥 빨리 찍어 버린달까. 그런 게 쌓이면 아무래도 좀 부조화스러울 수밖에 없다. 편집도 굉장히 많이 자른 듯 해서 확실히 매끄럽지 못하다. 그런 점에선 안타깝다.
사실 스토리 자체는 굉장히 흥미롭고 좋다고 생각한다. 조선- 현대 미국 환생- 의문의 사건- 도시 위기- 선한 이무기 출현- 클라이막스 전투- 해결. 굉장히 심플하면서도 흥미를 자극할 수 있고, 스토리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고 화면에 몰입해도 이해하는 데 부담이 없다. 연출과 편집만 좋았다면 정말 대작이 나왔을 것도 같은데 아쉽다.

하지만 심감독이 주력한 CG는 확실히 괜찮았다. 미니어처 티가 나는 부분도 물론 있고, 부족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게 그리 신경쓰이진 않는 수준이다. 게다가 액션신의 연출은 상당히 훌륭하다고 본다. 완급 조절이 조금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지금가지 본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각도로 괴물들을 찍는데 그게 굉장히 임팩트가 강하다. 유명한 빌딩 기어오르는 이무기 신도 멋졌지만 클라이막스의 부라퀴와 착한 이무기의 전투는 정말 잘 찍었다. 이 영화의 모든 건 그 마지막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인물 연출을 마지막 전투신의 10분의 1 정도만이라도 더 신경써서 찍어 주었다면 훨씬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예고편 CG가 전부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분들도 가끔 봤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마지막 이무기 두 마리의 전투와 여의주를 몰고 용이 되는 장면, 그 용이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건 큰 화면으로 봐야 한다. 비록 어이없이 죽는 연기를 하는 새라를 보는 슬픔이 좀 있었지만 말이다 흑흑.

엔딩에서의 아리랑 편곡은 아주 맘에 들었지만 그것과 같이 나오는 심감독의 글은 좀 불편했다. 그냥 심감독의 사진과 찍는 과정 사진을 흑백으로 넣어 주는 식으로 마무리하면서 아리랑이 나왔으면 더 어울렸을 것 같다. 그래도 자막이 올라가자 주변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크레딧 끝까지 보는 사람들도 많더라. 나는 좀 보다 나왔다.  

사실 잘 찍은 부분과 못 찍은 부분의 차이가 나는 영화다보니 극장을 나오면서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전체 상영시간 90분에서 앞의 60분은 사실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 뒤 30분은 그냥 그렇게 못 찍은 영화라고 치부할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냥 삽화에서나 가끔 볼 수 있었던 동양의 용이 리얼한 비주얼로 다시 나타났고, 그 움직임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그런 것이었다. 동양인이라면, 그리고 서양의 드래곤에 익숙해진 서양인이라면 그 비주얼은 상당히 충격적이지 않을까.

그래서 조금 더 생각을 해 보았다. 잘 짜여진 구조의 좋은 영화에 익숙한 성인이라면 앞의 구조적 헛점에 신경이 쓰여 전체적인 영화평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어린이의 입장에서라면 어떨까. 내가 어릴 때는 그래도 영화관에서 상당히 많은 영화와 만화를 봤었다. 일본 만화를 적당히 틀어주기도 했었지만 한국에서 제작된 어린이를 위한 영화도 그땐 꽤나 많았다. 그리고 그런 남기남 감독과 김청기 감독의 영화에 그때 어린이들은 열광했었고 그런 그때 어린이들에게 에스퍼맨이자 영구였던 심형래 아저씨는 우상이었다. 그 영화들이 영화적으로 완성도가 있는 건 아니었고 사실 무척이나 유치했지만 어린 눈으로 보기엔 보잘것없는 영구에서 지구를 지키는 에스퍼맨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충분히 임팩트가 있었고, 곧 스토리조차 가물가물하게 되었지만 어린 마음에 참 예뻐 보였던 데일리와 에스퍼맨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지금 디 워를 어린이들이 본다면 어떨까. 연기 못 하는 남주인공과 여주인공, 스토리 라인등은 곧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도심을 누비는 새롭고 압도적인 이무기의 모습과, 그 이무기가 용으로 변해 하늘을 나는 장면만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을까. 어릴 때 네버 엔딩 스토리를 보고 책보다 못한 영화에 참 실망했지만, 행운의 용 팔콘(푸쿠르)만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번 심 감독의 디 워는 안타깝지만 심감독이 원했던 것처럼 어린이와 어른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극장의 어린이들은 인상적인 화면발과 부담스럽지 않은 러닝 타임에 충분히 즐거워하는 듯했지만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길들여진 영화의 공식에서 마이너하게 벗어난 장면들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비록 후반의 액션은 어른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음에도 그 아쉬움은 진하게 남는다. 하지만 전무후무한 한국산 가족 오락 영화의 가능성을 보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나는 디 워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 적어도 일각에서처럼 편향된 시선으로 비난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내게 있어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는 영화였다. 이 영화에 높은 평가를 하는 분들은 분명 그런 부분들에서 감동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추가로 몇 개 더.

1. 영화를 본 지 이틀 지났는데 끝 장면의 이무기 전투 부분이 계속 생각난다. 아무래도 그건 다시 보고 싶지 말입니다;;;;;

2. 심 감독의 연출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 물론 기쁘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다음엔 CG액션은 심 감독이 담당하고, 스토리 부분은 다른 감독이 담당하거나 하는 식으로 정말 효과적인 영화제작의 분업화가 이루어지면 어떨까 싶다. 심 감독에게 그냥 제작만 하라고 하기엔 전투신 등에서 멋지게 보여주었던 그만의 감각을 놓치게 될 것 같아서 아쉽다.

3. 미국 개봉... 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많은 어린이들이 기분좋게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이 영화의 후반부엔 확실히 그럴 만한 매력이 있다.


마지막으로 심 감독님 사진이나.
연기를 엉망으로 한 주연 배우들은 웬수같지만, 그래도 참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심 감독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화이팅!

  

by kyoko | 2007/08/03 23:14 | 영화 및 공연 감상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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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향이 at 2007/08/03 23:19
아싸~ 1착! [하면 맞는거다!]
안그래도 요즘 디워 때문에 이글루스가 후끈! 뒤숭숭! 해서
접때 이무기 피규어를 겟! 하신 쿄님의 포스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는 사람 몇몇이 디워를 보고 왔는데 (일부분만) 다시 보고싶어... ㅠ_ㅠ
하는거 보면 몇몇 사람들이 말하는 거 같은 막장영화는 아닌듯 합니다.
저는 월요일날 보러갑니다. 'ㅅ')/ 가족들은 도란스포머 보고 저는 디워 봐요~

한국배우들의 헐렁한 연기와 외국배우들의 찜찜한 연기는 공통적으로 지적되는가 봐요.
그래도 마지막에 아낌없이 쏟아부어진 CG를 보러 출격할겁니다!!!
무엇보다도 뭐니뭐니해도 제 눈으로 봐야 직성이 풀리겠어요. 으하하하하하...
저도 다녀와서 포스팅 하겠습니다. 'ㅅ')>
Commented by 향이 at 2007/08/03 23:21
아, 참고로 아까 블로그를 떠돌다가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61002
이런 글을 하나 보게 되었는데,
쿄님과 비슷한 의견이 있는거 같아서 링크시켜 봅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Commented at 2007/08/03 23: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7/08/03 23:28
향이님/올리실 포스팅 기대할게요!^^ 그리고 올려주신 칼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작 분업화 얘기하시는 분을 또 뵙게 되어 왠지 반가왔습니다 흐흐흐.^^

비공개 l님/음^^; 예상하고 가신다면 의외로 즐기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 좀 기대를 했었.. 그러다 보니 괴리감이 처음에 많이 들었습니다만 생각해 보면 사실 그럴 것까진 없었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7/08/03 23:35
어른 보다는 어린이를 타겟으로 하는 영화로서는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결정적으로 디워는 12세 관람가지요. 물론 부모님 동반으로는 볼 수 있지만, 저는 어제 극장에서 디워 보고싶다는 아이에게 라따뚜이가 더 재미있을 거라고 꼬시는 부모들을 본지라;
Commented by TheMarine at 2007/08/03 23:53
전 사실 디워는 머..심형래야 머..관심없습니다만..잘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연민과도 같은 마음과 함께 잘 못만든 영화라면 가차없이 망해야지...라는 생각도 드네요..보고나서 이런 얘기를 해야하는것이 맞는것 같습니다만 전 디워를 볼 계획이 없는지라....

그나저나 전 데일리가 더 땡기는데요..지금 데일리했던 분들은 머하고 계시려나..(푹 퍼진 아줌마가 되었을것 같아 살짝 겁나기도 하지만..) 저희 어렸을때는 우뢰매는 꼭 봐야되는것처럼 생각되었었죠..생각해보니 그떄는 영화관도 많지 않아서 이동영화관이란것도 있었던게 기억이 나네요..태권도장같은데를 빌려서 프로젝터로 보여줬던...그때 우뢰매랑 또 무슨 로보트 만화 동시상영으로 봤는데 기억이;; 우뢰매 중에서 가슴에 매가 날아가 상대편의 약점을 찾아내었던 우뢰매5 가 제일 센거라는게 통설이며 다수설이었죠..이견없음;;

그나저나 지난번에 삼보이야기처럼 전 또 딴쪽으로 빠지네요..(이거 병인가;;)
Commented by skalsy85 at 2007/08/03 23:57
"연기를 엉망으로 한 주연 배우들은 웬수같지만, 그래도 참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

이 말을 보고 어찌나 웃음이 나오는지.. 하도 모아니면 도.의 내용들이 많아서요.. 갠적으론 좀 맘이 아팠는데. 쿄님이 글 쓰신것 보니까. 그래도.. 왠지 맘이 놓입니다...저두 보러가려구요~ =)
Commented by 연화 at 2007/08/04 02:14
배우 연기들에 다들 낮은 평가를 주더군요; 살짝 두렵기도-_) 저는 괴수영화를 무진장 좋아하기 때문에 꼭 보러 갈 생각인데, 전투장면이 끝내줬다니 기대되는군요!
Commented by delilife at 2007/08/04 03:02
지금 방금 심야영화로 보고왔는데요, 전투장면 정말 박력있더라구요!
물론 극의 흐름이나 배우들의 발연기는 까일만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 돈들인 쓰레기다!라고 까일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름 즐겁게 보았고 영화비가 아까울 정도 까진 아니였던거 같아요.
Commented by 시안 at 2007/08/04 10:04
진짜 어릴적에 우뢰맨같은거 재밌게 봤는데 말이죠.. 이젠 부족한부분들이 더 눈에 띄지 말입니다.
암튼 디워 저도 박수한번 보내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장바티 at 2007/08/04 13:20
저도 디워 봤는데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하지만 CG는 나름 볼만한거 같았습니다^^
Commented by 여기 at 2007/08/04 14:50
전 심빠도 아니고 쿄님처럼 응원하는 입장도 아닙니다만
단지 용(용 만세!)이 나온다길래 보러갈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트랜스포머도 정말 재미없게 본 지라..
(다 재밌다 그러고 딱 한사람이 재미없다 그랬는데 그 말을 믿었어야했는데ㅠㅠ)
말씀하신 앞의 60분을 견딜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ㄷㄷㄷ
Commented by 푸른툭눈 at 2007/08/04 14:57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저도 어제 봤는데 참 희망과 안타까움이 많이 교차하는 영화였습니다. 두시간에서 30분을 자른 것도 큰 영향이겠거니와 아무래도 스토리 구성(스토리 자체가 아니라)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새라는 뭐....흠 -_-;;;;

그래도 앞으로 한 3년 있으면 좀 더 좋은 멋진 영화를 기대해보네요. 디워의 소개 중에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좀 가물하지만 B급 블록버스터라고 했죠. 언젠간 특A급의 영화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
Commented by 루아™ at 2007/08/04 16:41
남자주인공 참 훈훈하지 않습니까*-_-*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7/08/04 19:53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무진장 고민중이네요;;;;
고지라 VS 헤도라 수준의 특촬물 연출만 해줘도 괜찮을거 같은데..
Commented at 2007/08/05 01: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08/05 01: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못된원숭 at 2007/08/06 00:47
데일리 얼마전에 진실게임에 추억의 스타로 나왔던데요 ^^ 아줌마가 됐긴 했지만 여전히 도도해보이고 예뻐요..
Commented by 주들호 at 2007/08/06 10:52
엔딩크레딧 올라가는 동안 관객들에게 받은 박수가 부끄럽지 않으려면 심감독님께서 CG이외의 것에도 많은 노력을 하셔야겠더라고요. 특히 미장센... 여하튼 심감독님의 건투를 빕니다(에스퍼맨 시절에 데일리공주랑 놀아난 것은 용서할 수 없지만...)
Commented by parTerre at 2007/08/06 11:28
어떻게 하다가 2번 봤습니다. 마지막 넋두리(?)는 많이 아쉽더군요. 글만 없었어도...
+1. 곧 3번째 보게 될 듯 합니다. 회사서 단체로 본다고...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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