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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KBS교향악단 공연이 있어 오후에 집을 나섰다. 생각해 보니 집에서 나오기 전부터 뭔가 어긋났던 것 같다. 오늘따라 머리는 정말 말을 안 듣었다. 제멋대로 뻗친 앞머리를 정돈하려 애쓰다 포기하고 그냥 핀으로 대충 머리를 올린 뒤 화장을 오랜만에 하려고 하니 요 며칠 피부손질에 게으름 피운 것의 보답인지 양 볼은 각질이 더덕더덕. 화장도 안 먹고 엉망인 머리는 잊으려 애쓰면서 입고 나갈 옷을 골랐다. 뭔가 화사한 옷이라도 입고 기분전환을 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후줄근한데 옷만 따로 놀면 넘 웃길 것 같아서 무난한 옷을 뒤지다가 브라운색 반팔 니트에 블랙진을 입고 네이비색 트렌치코트를 걸친 뒤 큼직한 갈색 가방을 들었다. 혹시 밤에 돌아오는 길에 추울까봐 얇은 가디건 하나도 가방에 던져넣고 집을 나섰다. 시계를 보니 좀 일찍 나온 듯해서, 문자로 40~50% 세일한다고 연락도 왔으니 이 김에 테스토니 매장이나 들릴까 하는 생각이 번뜩. 결정적으로 이게 글렀던 거였지만 이 때는 그걸 몰랐다. 그냥 털레털레 테스토니 매장에 가니 언니가 반갑게 맞아 주는데... 뭐야; 세일하는 건 구두 대여섯종류가 다잖아;; 그것도 거의 다가 뱀피로 된 직장인 언니용 하이힐같은 건데 이건 세일해도 60만원은 가뿐한 구두들인데다 무엇보다도 색상이 연한 연두색이랑 옐로우. 문자에 여성 구두 일부라고 보내든지!!ㅜㅜ 난 잡화류 보러 왔단 말야!!!!!!ㅠㅠㅠㅠㅠ 하긴 잡화류는 20%쯤 세일해도 감사하다고 굽신굽신 해야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엉엉. 완전 좌절한 뒤 멍하니 버스를 타러 갔는데 서울가는 버스가 서 있더라. 두두두 뛰어가서 낼름 탔다. 그런데 이건 무슨 냄새야.....? 설마 끙아..? 공포에 질려 둘러보니 냄새의 진원지로 추정되는 의자에 애기를 안고 불안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언니가.....
애기... 쌌구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지만 이 버스 고속도로 직행버슨데.....이미 출발했는데 어떡하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울렁이는 속을 다독이며 자리에 앉긴 했는데 냄새 장난 아니다..... 완전 아스트랄 직행버스같은 느낌이...... 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있다 문득 노선도를 보는데...... 양재행 버스를 탄다는 걸 깜빡하고 광화문 직행을 잘못 탄 사실을 깨달았다. ...아놔 ㅅㅂ. 시간은 대충 딱 맞을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 저녁도 안 먹었어;;; 게다가 친구하고 만나기로 했는데 그건 어쩌지?ㅠㅠ 완전 괴로워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만나기로 했던 친구놈이다. ...감기기운 있어서 못 온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완전 의욕 상실.... 멍하니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는 버스에 앉아 있는데 차가 멈춘다. 어? 고속도론데 왜 멈춰?? 밖을 보자.... 수많은 차의 물결이.................................아무리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잖아..........ㅠㅠㅠㅠㅠㅠ 미치겠다 엉엉엉...ㅠㅠㅠㅠ이 상태로 시간은 계속 흐르고 결국 7시. 공연은 8시. 안되겠다.... 가도 어차피 1부는 홀랑 날려... 들어가기가 무섭게 집에 간다고 나와야 할 걸 생각하면 정말 갈 맛 안 난다. 게다가 저녁은??ㅠㅠ 아무리 생각해도 아득하기만 하다. 결국 포기하고 우드스탁양부터 시작해 주변에 공연 대신 보러 갈 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했지만 오늘따라 다들 바쁘거나 전화를 안 받거나 그런다...ㅠㅠㅠ그래 이런 날엔 원래 되는 게 없는 법이지 엉엉. 결국 차에서 내린 건 이미 공연 시작한 시간. 이미 근성이 떨어진 쿄씨는 공연을 포기하고 그냥 압구정 길손으로 향했다. 맥주랑 히레사케랑 주먹밥이랑 등등등을 먹는데... 왜 눈물이 나지?ㅠㅠ 넘 맛있어서 그럴 거야... 암.....ㅠㅠ 허전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왔다. 가지가지 삽질했다 진짜...ㅠㅠ 부천필도 예매해두었는데... 담에는 아예 낮에 가서 근처 커피집서 밥 먹고 일하다가 보든지 해야지 안되겠다.... 아놔 젠장 표 아까워 죽겠네 엉엉. 2. 집에 돌아와서 슬픈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한니발 O.S.T의 Vide Cor Meum과 골드베르크 변주곡 굴드버전을 듣고 있음. 흑흑 울적한 마음도 달랠 겸 렉터박사님이랑 밥이나 먹었으면 좋겠다. 분명히 무지 맛있는 것(정체는 몰라도 된다-_;)도 대접해 주실 거고, 맛있는 거 먹을 때 신고 오라고 구찌 하이힐도 사 주실 텐데 말이지.-_;; 렉터옵빠 타령하면서 웬 구두냐고? 1편 양들의 침묵 감옥신에서 값비싼 가방에 싸구려 구두... 하실 때도 하악하악 했는데(처음 양들의 침묵을 봤을 때 쿄로리씨는 싸구려 신발을 신은 완전 ㅄ 촌뜨기 고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에서 그만 뒤로 넘어갔다능;;; 넘 감명을 받아 커서 멋진 언니가 되어야지 다짐까지 했다능;;), 2편 한니발에서 클라리스네 집에 들어갔다가 펼쳐놓은 잡지의 구찌 광고를 보고 구두를 준비해 놓은 거에선 그만 쓰러졌다능... 게다가 그 뇌요리(..)에 뿌릴 골파를 다지는 양복간지 뒷모습... 잊을 수가 없어효ㅠㅠㅠ 아놔 진짜 렉터옵빠는 완전소중 캐폭풍간지예효.ㅠㅠㅠ홉킨스 옵빠 오래오래 사세효 엉엉엉ㅠㅠㅠㅠㅠㅠ 쓰다보니 내 이상형은 만화에선 일미씨, 영화에선 주성치랑 렉터옵빠로군아. 이야 바람직한 취향이네효.-_; ![]()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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