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26일
잡담- 그러나 즐겁게 살 거다
1. 좀전에 광화문에서 돌아왔다.
오늘은 안 나갈 생각이었는데 낮에 경복궁에서 사람들 연행하는 꼬라지를 보니 도저히 안 나갈수가 없더라. 가뜩이나 몸이 안 좋으신 옆동 주민님과 마감중인 윗층주민님도 다 때려치고 가야겠다며 집을 나섰다. 열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광화문은 소화기로 뿌옇다. 진짜 무자비하게 쏴대더라. 사람 얼굴에 대놓고 쏘는 거 정도는 기본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직장 퇴근 후 곧바로 합류한 분들이 무척 많은 듯. 예쁜 출근복에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고운 아가씨도 많고, 양복 입은 직장인분들도 주말보다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하지만 그 옷들엔 이미 소화기 분말이 뿌옇게 끼어 있다. 여기서 계속 서서 구호를 외치다가 투썸플레이스 골목쪽으로 이동. 양복차림의 남자가 시민들이랑 실랑이를 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조선일보 기자더라. 창의력 대장들이면서 귀찮게 취재는 뭐하러 나왔냐. 걍 아래 기사처럼 소설을 쓰지? 그 쪽에 잠시 있다가 어찌어찌 혼자 새문안 교회쪽으로 이동. 윗쪽이 시끄러워서 보니 전경이 시위대한테 돌을 집어던져 맞은 사람이 피를 흘리고 있고, 그에 흥분한 시위대가 어딘가에서 수도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었고, 전경은 앞쪽에 선 시민을 끝도 없이 방패로 후려갈기고 있었다. 방패는 하염없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퍽퍽 소리를 냈다. 그냥 미쳤구나. 이 인원이 있는데도 이 지랄이면 아까는 대체 어땠던 거냐. 나도 모르게 악을 쓰면서 때리지마를 외쳤다. 그러다 이웃분들이 투썸근처로 오신다는 연락을 받아 씩씩거리며 투썸으로 왔는데 바로 살수 시작하더라. 조금 맞았다. 6월 1일엔 춥더니 이젠 제법 시원하네. 그래 ㅅㅂ 소화기 뿌리지 말고 걍 살수나 해라. 이건 숨은 쉴 수 있구만.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냐? 전에 Z군이 얘기하던 CS탄 냄새 같은데. 물에 분명히 뭔가를 섞은 냄새다. 기침이 나고 코가 간질간질했다. 조낸 열받아서 저도 모르게 구호를 외치며 서 있었다. 하지만 물줄기는 점점 거세졌고 안전거리는 여전히 지키지 않고 직사로 무자비하게 살수. 잘 한다. 잘 하는 짓이다. 시간은 벌써 한시가 다 된 시각. 다들 할 일이 잔뜩이라 오늘은 일단 들어가고 내일 다시 나오자고 생각했지만 발이 도저히 떨어지질 않는다. 집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주춤주춤하다가 결국엔 뒤돌아 집에 들어왔다.
들어오니 그새 난리도 아니다. 이 미친것들 방패를 대체 어떻게 휘둘렀기에 여자분 손가락이 잘라지냐. 그리고 남자분 손가락은 물어뜯었다며? 졸지에 손가락이 잘린 사람이 둘. 연행자는 이미 백명이 넘고. 부상자는 내가 있을 때부터 끊임없이 나왔었다. 매번 그렇지만 조금 일찍 시위현장에서 일어나 돌아와 확인하면 도로 가야 할 것 같은 마음이다. 먼저 집에 돌아왔다는 게, 끝까지 같이 있고 쪽수를 채우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것들은 사람이 적으면 두부가르듯 쉽게 사람들을 가르고 덥석덥석 잡아간다. 그나마 우리에게 힘이 되는 건 사람 수다. 한명이라도 더 있어야 진압 전에 눈치라도 본다. 그리고 현장의 사람들도 사람 수에 힘을 얻는다. 광장에선 늘상 외롭다. 아무도 우리를 봐 주지 않는 것 같고,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는 것만 같다. 하지만 조금씩 사람이 늘어날수록 힘을 얻는다.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나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포기할 순 없다. 그저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상황을 알아 주고, 촛불을 들고 나와 주기만을 희망한다.
2. 벌써 4시인데 잠이 올까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야지. 우울하지만 어쨌든 자야 한다. 감기도 간신히 나았는데 다시 도지면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니까.
어쨌든 건강하게. 건강하기 위해,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위해 아스팔트 위로 나가 외치는 거니까 잊지 말고.
나는 악착같이 즐겁게 살 거다. 들려오는 소식이라고는 개같은 것 뿐이지만 그래도 소소한 즐거움을 잃고 무기력하게 살진 않을 거다. 일단 자고.
그리고 다시 내일.
오늘은 안 나갈 생각이었는데 낮에 경복궁에서 사람들 연행하는 꼬라지를 보니 도저히 안 나갈수가 없더라. 가뜩이나 몸이 안 좋으신 옆동 주민님과 마감중인 윗층주민님도 다 때려치고 가야겠다며 집을 나섰다. 열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광화문은 소화기로 뿌옇다. 진짜 무자비하게 쏴대더라. 사람 얼굴에 대놓고 쏘는 거 정도는 기본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직장 퇴근 후 곧바로 합류한 분들이 무척 많은 듯. 예쁜 출근복에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고운 아가씨도 많고, 양복 입은 직장인분들도 주말보다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하지만 그 옷들엔 이미 소화기 분말이 뿌옇게 끼어 있다. 여기서 계속 서서 구호를 외치다가 투썸플레이스 골목쪽으로 이동. 양복차림의 남자가 시민들이랑 실랑이를 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조선일보 기자더라. 창의력 대장들이면서 귀찮게 취재는 뭐하러 나왔냐. 걍 아래 기사처럼 소설을 쓰지? 그 쪽에 잠시 있다가 어찌어찌 혼자 새문안 교회쪽으로 이동. 윗쪽이 시끄러워서 보니 전경이 시위대한테 돌을 집어던져 맞은 사람이 피를 흘리고 있고, 그에 흥분한 시위대가 어딘가에서 수도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었고, 전경은 앞쪽에 선 시민을 끝도 없이 방패로 후려갈기고 있었다. 방패는 하염없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퍽퍽 소리를 냈다. 그냥 미쳤구나. 이 인원이 있는데도 이 지랄이면 아까는 대체 어땠던 거냐. 나도 모르게 악을 쓰면서 때리지마를 외쳤다. 그러다 이웃분들이 투썸근처로 오신다는 연락을 받아 씩씩거리며 투썸으로 왔는데 바로 살수 시작하더라. 조금 맞았다. 6월 1일엔 춥더니 이젠 제법 시원하네. 그래 ㅅㅂ 소화기 뿌리지 말고 걍 살수나 해라. 이건 숨은 쉴 수 있구만.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냐? 전에 Z군이 얘기하던 CS탄 냄새 같은데. 물에 분명히 뭔가를 섞은 냄새다. 기침이 나고 코가 간질간질했다. 조낸 열받아서 저도 모르게 구호를 외치며 서 있었다. 하지만 물줄기는 점점 거세졌고 안전거리는 여전히 지키지 않고 직사로 무자비하게 살수. 잘 한다. 잘 하는 짓이다. 시간은 벌써 한시가 다 된 시각. 다들 할 일이 잔뜩이라 오늘은 일단 들어가고 내일 다시 나오자고 생각했지만 발이 도저히 떨어지질 않는다. 집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주춤주춤하다가 결국엔 뒤돌아 집에 들어왔다.
들어오니 그새 난리도 아니다. 이 미친것들 방패를 대체 어떻게 휘둘렀기에 여자분 손가락이 잘라지냐. 그리고 남자분 손가락은 물어뜯었다며? 졸지에 손가락이 잘린 사람이 둘. 연행자는 이미 백명이 넘고. 부상자는 내가 있을 때부터 끊임없이 나왔었다. 매번 그렇지만 조금 일찍 시위현장에서 일어나 돌아와 확인하면 도로 가야 할 것 같은 마음이다. 먼저 집에 돌아왔다는 게, 끝까지 같이 있고 쪽수를 채우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것들은 사람이 적으면 두부가르듯 쉽게 사람들을 가르고 덥석덥석 잡아간다. 그나마 우리에게 힘이 되는 건 사람 수다. 한명이라도 더 있어야 진압 전에 눈치라도 본다. 그리고 현장의 사람들도 사람 수에 힘을 얻는다. 광장에선 늘상 외롭다. 아무도 우리를 봐 주지 않는 것 같고,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는 것만 같다. 하지만 조금씩 사람이 늘어날수록 힘을 얻는다.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나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포기할 순 없다. 그저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상황을 알아 주고, 촛불을 들고 나와 주기만을 희망한다.
2. 벌써 4시인데 잠이 올까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야지. 우울하지만 어쨌든 자야 한다. 감기도 간신히 나았는데 다시 도지면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니까.
어쨌든 건강하게. 건강하기 위해,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위해 아스팔트 위로 나가 외치는 거니까 잊지 말고.
나는 악착같이 즐겁게 살 거다. 들려오는 소식이라고는 개같은 것 뿐이지만 그래도 소소한 즐거움을 잃고 무기력하게 살진 않을 거다. 일단 자고.
그리고 다시 내일.
# by | 2008/06/26 04:17 | 일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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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압이 폭력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 more
고생많으셨어요.
아무래도 이번 주말은 좀 더워도 중무장하고 나가야 할것 같군요
진짜 이놈의 똘박이가 민란이 일어나길 바라나 봅니다
다치신분들 다 쾌차하길 빌구여...
명품가방이랑 옷이랑 더러워지신분들... 나라에 청구하면 가방다시사주고 드라이값이라도 주려낭...
정말 가슴이 아프네요 ㅠ_ㅠ
고생하셨어요 정말...
목청껏 외쳐봤자.. 아무도 듣지 않고
그 와중에 이리저리 선동당했다는 억울함만 늘어가고...
진리는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래야죠.
저도 오늘은 광화문에 나가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