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25일 오찬 발언을 되새깁니다.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급속히 더 건강이 안 좋아 보이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 그분이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우시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더 먹먹해져 온다. 추도사도 못 읽게 하던 현 정부의 야비함 때문에 더 큰 상처를 받으신 듯 했고 곧 이어 북한의 도발이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 뉴라이트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집 앞에 몰려가서 사진을 태우고 빨리 뒈지라며 욕을 했었다.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들. 매일매일 잊지 말아야만 하는 것들이 늘어만 간다.

그 와중 6월 25일 오찬 때 아래와 같은 말씀을 하신 걸 보고 '아 이 어른은 여전하시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분이 살아 계시면 그래도 조금이라도 기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이제 이 분은 가셨지만 이 분의 말씀은 잊지 말아야 하기에 글을 올려 본다.




[전문]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25일 오찬 발언

내가 요즘 밤에 잘 때 내 아내와 손을 잡고 기도를 한다.

'예수님!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민생경제와 남북관계가 모두 위기입니다. 이제 나는 늙었습니다. 힘도 없습니다. 능력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루아침에 이렇게 됐습니다. 걱정이 많지만 저는 힘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실 수 있는 힘이 있으니 제가 최대한 일할 수 있도록 저희 내외를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하고 잠을 잔다. 정치·경제·남북관계 위기가 온 것은 사실이다. 지난 10년 민주정부를 생각하면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너무 급해졌다. 기가 막히다.

나는 이기는 길이 무엇인지, 또 지는 길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반드시 이기는 길도 있고, 또한 지는 길도 있다.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를 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진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하다 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반드시 지는 길이 있다. 탄압을 해도 '무섭다' '귀찮다'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해 행동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지고 망한다. 모든 사람이 나쁜 정치를 거부하면 나쁜 정치는 망한다. 보고만 있고 눈치만 살피면 악이 승리한다.

폭력투쟁을 해서는 안 된다. 성공할 수 없다. 성공해도 결과가 나쁘다. 인도의 간디는 영국과 싸울 때 비폭력으로 했다. '비폭력 비투쟁'이 아니라, '비폭력 전력투쟁'으로 했다. 투쟁해야 하지만 폭력투쟁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투쟁을 안 하는 것이 낫다.

간디는 집회 나갔다가도 폭력을 쓰면 돌아왔다. 폭력을 쓰면 다수가 모이지 못하고 그 자체로서 도덕성도 없다. 영국이 인도 총독부를 통해 소금을 비싸게 팔자 그것에 반대해 해안가로 가서 직접 소금을 구어 자급자족하자 영국이 굴복했다. 영국이 광목을 비싸게 팔자 직접 물레질을 해 베를 짜 옷을 지어 입자 영국이 굴복했다.

이렇게 민심이 돌아가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마틴 루터 킹 목사도 비폭력으로 성공해 미국인의 존경을 받고 있다. 폭력을 쓰면 더 큰 폭력을 유발한다. 그 책임은 폭력을 쓴 사람이 지게 된다. 자기들 폭력은 적당히 넘기고 우리 쪽 폭력을 쓴 사람이 모든 것을 뒤집어 쓰게 된다. 그래서 폭력은 순리의 길도 아니고 계산상으로도 맞지 않다.

모두가 어떤 형태든 자기 위치에서 행동해서 악에 저항하면 이긴다. 적당히 하면 진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투쟁에는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비폭력 투쟁을 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을 동원하되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때리면 맞고 잡아가면 끌려가고, 여기저기서 그렇게 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최근 보수에서 중도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해서 궁여지책으로 그런 것이다. 백성의 힘은 무한하고, 진 일이 없다. 저항하지 않고 굴복만 하면 안 된다. 농노들이 5-600년 동안 노예로 살았지만 노동자들은 2-300년만에 정권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들이 각성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싸우는 자, 지키는 자의 것이다. 싸우지도 않고 지키지도 않고 하늘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려선 안 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언젠가는 온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하면 빨리 오고, 외면하면 늦게 온다.

내가 나이 먹고 힘도 없어 일선에서 나서서 일할 처지는 못되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지만 마음으로 여러분을 격려하고, 여러분이 잘 할 수 있도록, 성공의 방향으로 가도록 경험을 이야기해 주려고 한다. 여러분은 연부역강(年富力强 : 나이가 젊고 기력이 왕성함) 하니 하루도 쉬지 말고 민주화, 서민경제, 남북화해를 위해 힘써 달라. 남북관계와 경제는 풀릴 것이다.

머지 않아 남북관계는 대화가 시작될 것이다. 확고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 민족끼리 절대 전쟁해선 안 된다는 것을 굳게 지켜야 한다. 정부와 여당 내에서 위험한 소리가 있는데 조상과 후손에 대해 죄를 짓는 일이다.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출처: 오마이뉴스.

by kyoko | 2009/08/18 16:43 | 촛불 | 트랙백 | 덧글(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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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이리스 at 2009/08/18 17:06
슬픈 하루 입니다. T_T 큰 별이 떠나심에 애도를 표합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07
슬픔을 넘어서서 뭐랄까... 그냥 답답합니다. 가슴이 뭔가 막힌 것 같아요.ㅠㅠ
Commented by Silverfang at 2009/08/18 17:11
올 해는 먼 마가 끼어도 단단히 끼어버린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08
진짜 올해 왜 이러나 모르겠습니다.ㅠㅠ
Commented by 라임 at 2009/08/18 17:13
정말 슬픕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거기서, 나는 여기서 민주주의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할 것입니다"라고 하셨던 그 다짐이 이루어지지 못해 참으로 안타까워요....존경하는 분들이 떠나고 악인이 득세하는 세상이 갑갑합니다. 이외수 님 말처럼 "하나님, 이제 대한민국을 버리시는 일만 남았습니다" 라는 탄식이 사라지지 않아요...ㅠㅠ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08
후... 정말 2012년 지구종말이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지구에 있던 좋은 외계인들이 하나씩 떠나는 것 같은 생각마저 했어요.;
Commented by 하늘이 at 2009/08/18 17:1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올해는 기억하기 싫은 한 해가 될 듯...-_-;;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09
기억하기는 정말 싫은데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ㅠㅠ
Commented by JoysTiq at 2009/08/18 17:22
이외수 작가께서 하셨다는 말이 가슴을 푹 찌르는군요. 아직은 버리면 안돼요. 어른들은 가셨지만 아이들이 남았어요. 국민들은 어찌하나요... ㅠㅠ
이기적이지만 이미 충분히 고통받으셨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은 아직은 가지 않으시길 바랐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참 가슴이 아픕니다. 혼란스럽지만 일어나야겠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요. ㅠㅠ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11
그러게요. 다 저희의 이기적인 마음이었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오래 사시면서 뭔가 해주시기를... 아 젠장ㅠㅠ쓰고나니 넘 죄송하네요ㅠㅠㅠ
Commented at 2009/08/18 17: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11
그러게요;; 정말 또 다르게 막막한 그런 기분이... 저도 하루종일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할지 그저 막막한 상태입니다.ㅠㅠ
Commented by 아이리스 at 2009/08/18 17:50
한 해에 두 번이나 이런 슬픔을 겪게 되니까 이젠 멍해지기만 합니다...올해가 정말 우리에게는 최고로 위기인 해가 될 것 같아요...기댈 곳이 없어요ㅠㅠ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12
정말 차례대로..... 그저 갑갑합니다... 후.
Commented by 비리 at 2009/08/18 17:50
너무 안타깝고 슬픈 하루입니다...
앞으로 더 눈물짓고 같이 아파하겠지만.....잊을수 없겠죠..
편히 쉬시길 기도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일 빕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12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ㅠㅠ 힘들어도 살아있는 우리들이 해야 할 것들이 엄연히 남아 있으니까요.ㅠㅠ
Commented by 안드레아 at 2009/08/18 19:36
너무 속상하네요.
게다가 육이오 때 뉴라이트들이 또 그런 만행을 저질렀었다니 ㅠ
공식행사에 나오실 때마다 약간 다리를 저시는 모습이 마음 아팠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14
경찰... 시민이 꽃 한송이 들고 서 있어도 득달같이 몇 개 대대가 달려들면서 그 분 댁 앞에서 가스통에 불붙이고 그 생난리를 칠 때는 코빼기도 안 보이더군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Commented by 연화 at 2009/08/18 19:57
정말로 위대한 분이셨습니다. 이렇게 급히 가시면 안되는데..
편히 쉬셨으면 좋겠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46
그러게요... 정말 저희에게 해 주신 게 많은.. 과분한 분이셨습니다.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ㅠㅠ
Commented by 액시움 at 2009/08/18 21:05
지지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 분입니다만, 몇 안 되는 민주 투사 출신 대통령이 가니 마음이 슬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46
그러게요. 어쨌든 민주를 위해 노력하셨다는 것만으로도 높게 평가해 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ㅠ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미묘 at 2009/08/18 22:49
금년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47
올해는 정말 마가 끼었습니다... 힘드네요.ㅠㅠ
Commented by Kate at 2009/08/18 23:0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47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at 2009/08/18 23:1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47
넵 감사합니다.(__)
Commented by 나아가는자 at 2009/08/19 00:17
고인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47
마음이 많이 불편합니다....
Commented by priancho at 2009/08/19 01:39
이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우리 모두가 두 눈을 부릅뜨고 인생을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kyoko at 2009/08/19 01:48
열심히 살아야죠. 다시는 지금까지와 같은 일이 없도록요.ㅠㅠ
Commented by 살쾡 at 2009/08/19 08:1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잠시라도 나태해졌던 나를 다 잡게 해주고,
많은걸 생각하게 해 주는 글이네요.
Commented by 쫄깃 at 2009/08/21 14:34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찬 발언을 이 블로그에서 봤는데 그 판에서 버텨오시면서 어떻게 이런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있으셨는지 존경스럽습니다. 정말 사회의 '어르신'이었구나 싶어요. 이분이 당선되셨을때에만 해도 전 부모님이 기뻐하니 덩달아 왠지 모를 기대에 들뜬 거였지 사실 그 의미를 잘 몰랐어요. 뒤늦게 슬플 뿐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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