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2일
그냥 배설.

징그럽게 연애를 하고,
집착이 뭔지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 이후부터
제대로 남자를 만나지 않는다.
불에 데인 아이는 다시 불가에 가까이 가지 않는 것.
그냥 그런 거다.
난 적당히 영리했고 적당히 냉소적이었다.
언제나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식으로 자신을 얼려간다.
그게 비겁하다고 할 건가?
그렇다면 나는 충분히 비겁하겠지.
멋진 구두를 신고, 클래식을 보러 혼자 갈 수 있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연말에는 잘 모르는 사람들과, 아이스바인과, 그리고 작년의 마지막날에도 같이했던 바흐와, 올해 새로 좋아하게 된 스카를랏티와.
빨간 박스에 들은 새 구두와 캐시미어 코트.
언제나 연말마다 빠지지 않는, 그렇지만 들을때마다 두근거리는 베토벤의 9번.
그런 것들이면 족하지 않은가?
누구와 지내든 그건 그때뿐이다.
그 애를 죽여서 뼈에 근접한 살까지 발라먹더라도 나와 그애는 다른 것이다.
그애는 온전히 내가 될 수 없다.
나도 물론 누군가가 되고 싶지 않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누군가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든다 하더라도, 나는 누군가의 것이 되고 싶지 않다.
..사실 나쁘진 않아.
잠시라도 같이 있을 때의 그 따스함.
북극의 펭귄 속에 아프리카 원숭이가 두 마리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
그것만으로도 해 나갈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기만 그걸 위해 뭔가를 걸기엔, 나는 너무 약아져버린 것이다.
한밤의 인터넷에 이런 글을 끄적일 정도로는 멍청하지만.
그냥 배설. 가끔씩 해놓고 얼마 후에 후회하는.
# by | 2004/11/22 02:59 | 개삽질-_- | 트랙백(2) | 덧글(6)




제목 : 솔직한 글.
가끔 내 정체성에 심각한 의구심을 품게 되곤 한다. 때론 내가 kyoko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또 어느날은 김규항 같은 사람들을 흠모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 기준에 따르자면 한쪽은 자기 자신에 충실한 사람이고, 한쪽은 사회지향적인 (social-oriented?) 사람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나는 그냥 육군 군인인 것 같다. 정치적이지도 않고, 개인주의적이지도 않은. 그렇다고 결코 헌신적인 사람도 아닌. ......more
제목 : .........그냥 나도 가끔 그래.
아, 당신도, 가끔은 그냥 이런 거군요. 좋아좋아. 이게 훨 매력적이잖아. 앞으로도 가끔 이렇게 글을 써주세요. 나도 가끔 그래요. 단, 후회할 글은 비공개로 쓰거나 한참 타이핑만 하고 입력 버튼을 안 누를 뿐. 아직 당신만큼 허무해보지 않아서 그런 거지만. 물론, 멋진 구두를 신고, 클래식을 보러 혼자 갈 수 있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연말에는 잘 모......more
저렇게 한번에 많이 먹을수있는 약.
세상에 없다는거 아시죠?
아웅..졸려
편안한 밤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