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에 대한 잡다한 생각들.

*달걀에 이어 생리대까지 난리다.
릴리안으로 시작해 회수 및 공장가동 중지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어제는 무려 "유한킴벌리 생리대서 발암물질 최다 검출" (클릭하면 기사로 넘어갑니다)이라는 기사까지 떴다. 기사에 따르면 '최종 결과에서 1군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된 제품은 유한킴벌리와 P&G의 한 브랜드로 나타났다. 검출량은 두 제품 모두 1개당 1ng이었다. 또 다른 1군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은 릴리안을 제외한 모든 제품에서 검출됐다' 고 하고, 발암물질을 포함한 200여가지 물질을 아우른 총 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가장 높게 나타난 제품은 ‘릴리안’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릴리안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1, 2군 발암물질은 릴리안을 만든 깨끗한 나라를 제외한 다른 생리대 회사들에게서 나타났다는 이야기. 릴리안만 미친놈처럼 줘패더니 위의 결과에선 그나마 1급 발암물질은 릴리안이 적은 거였다고. 이대로라면 릴리안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가장 높게 나왔다곤 해도(향성분을 첨가했으니..)포장 며칠 뜯어 놨다가 쓰는 게 그나마 저 중에선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힘들게 반품까지 한 분들을 진심 허탈하게 만드는 결과인 듯.
물론 저 실험이 믿을 만 하냐부터 시작해 검출단위가 나노그램이면 너무 미량이라 실질적으로는 제거를 하려고 해도 제거가 힘든 수치라던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치라는 얘기들도 있는데 그건 상황의 진행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고, 외부물질 흡수가 빠른 성기 쪽에 아무리 미량이지만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제품을 한달에 5~7일간 계속 착용하고 있다는 건 역시 여성 입장에선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는 일이다.

*그럼 대체 어떤 제품들이 안전할까, 뭘 써야 할까... 라는 고민이 자연스레 생길 수밖에 없고 때문에 대안으로 다양한 해외 생리대들이 거론되는데, 사실 일회용 생리대라는 태생적 특성상 완전히 화학물질에서 자유롭고 백프로 안전한 제품은 없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있다.
내가 몇 년 전부터 쓰고 있는 나트라케어의 경우에도 장점과 함께 여러 가지 단점이 존재한다. 나트라케어는 100% 유기농 순면에 화학 고분자 흡수체(SAP)를 사용하지 않고 100% 천연펄프 흡수체를 사용하며 무염소표백, 무향, 무첨가제, 과산화수소 표백, 그리고 6개월이내 90%이상 생분해되는 녹말과 당분의 친환경 소재 사용이라는 걸 어필하지만 몇 년간 써 본 느낌으로는 친환경 소재를 어필하기 이전에 다른 생리대에 비해 기본 품질관리가 덜 되고 있는 느낌이랄까? 같은 제품이라도 어떤 건 접착제가 덜 발려 있고, 어떤 건 커버가 뜯어지고, 어떤 건 뜯어서 쓰려고 펼쳤더니 안의 흡수펄프가 반만 들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몇 년 전엔 흡수펄프 롤에 붙어 있는 접착테이프가 만드는 공정 가운데 실수로 들어간 적도 있어 해당번호 리콜 사태도 있었다. 아래 두 개 링크는 관련 기사.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 읽어 보시는 것도 좋겠다.



사용감도 일반 생리대들보다 떨어진다. 접착력이 안 좋고, 착용 시 생리대 종류에 따라 뭉침현상이 있고 흡수력이 일반 생리대보다 떨어지는 편이라 잘 새고, 제품에 따라 낱개포장이 안 되어 있고(덕분에 휴대할 땐 반으로 접어 파우치에 담아 다니곤 한다) 제일 두꺼운 제품도 다른 제품들보단 얇게 나오는 편이라(보통 중형 생리대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얇다) 양이 많은 사람에겐 적합치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가격까지 비싼 편이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대체 그런 생리대를 왜 쓰나 생각하겠지만 생리할 때 특유의 밑이 빠지는 느낌이 거의 없고, 다른 생리대를 썼을 때 잘 생기던 땀띠와 진무름, 질염 등이 거의 안 생기는 편인데다 생리통도 확실히 줄어들었다. 내게 있어서는 사용상의 불편함보다 몸이 덜 불편하고 덜 아픈 게 중요하기 때문에 장점이 단점을 누르는 제품이라 계속 애용하고 있고, 비슷한 괴로움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나트라케어를 추천하고 있다는 이야기. 만듦새, 사용 편의성과 가격이 아쉽지만 건강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 느낌이라 이만한 게 없다는 마음으로 정착 중이다. 나트라케어 뿐만이 아니라 롤라, 오가닉스 같은 유기농을 표방하는 브랜드들은 대체로 큰 차이 없이 비슷한데 그 중 나트라케어가 제일 구하기가 쉬워 애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면 생리대는 다 괜찮나 하면 그것도 어떤 천으로 만들어졌고 어떤 제품으로 세탁하느냐에 따라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면 생리대 중에서는 나염된 천도 많은데 그건 괜찮을까 걱정이 있고, 세탁 시 향이 있는 세제나 섬유린스 등을 사용한다면 오히려 일회용 생리대보다 안 좋을 수도 있다. 대안으로 많이 거론되는 생리컵은 삽입식 제품에 대한 부담감을 무시할 수 없으며 관리, 외출시 세척 등에서 장벽이 있는 경우도 있고, 삽입 시 손톱 등에 의해 부드러운 질구 혹은 질벽에 상처가 날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장단점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제품들은 사용과 동시에 무조건 선택의 여지 없이 아무리 소량이라도 발암물질이 검출된 제품을 착용하게 되는 문제의 일회용 생리대들과는 달리 관리에 따라서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제품들이다. 다만 여기서도 역시 편의성을 희생해야 한다는 아쉬움은 있다.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일반 생리대가 잘 새지 않고, 부드럽고 흡수가 빠른 흡수제를 넣고, 향을 첨가해서 생리 때 특유의 냄새를 잡아 주는 등 사용 편의성에서는 확실히 편한 부분이 있지만 비닐과 흡습제 등 잘 새지 않고 다량의 생리혈을 흡수하는 구조로 만든 대신 통풍이 잘 안 되고 땀이 차 땀띠와 진무름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좋은 향이 나는 대신 불필요한 유기화합물이 첨가되는 게 아닐까. 나는 이걸 사용 편의성을 강화한 일회용 생리대의 태생적 한계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 어딘가에는 좋지 않은 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으면서도 사용 편의성도 훌륭한 제품도 있을 수 있겠지만(혹시 아시면 꼭 알려 주세유. 저도 쓰고 싶슴미다!) 일단 한국 생리대뿐만 아니라 접착력이 좋고 비닐커버를 쓰고 고분자 흡수제를 쓴다면 어느 나라 제품이든 문제되는 성분이 검출될 수 있다는 의심이 있다. 
공장식 밀집사육으로 저렴한 값으로 달걀을 대량생산하게 되었지만 그 시스템은 동시에 살충제 달걀을 만들어 낸 것처럼 어쩌면 생리대 시장도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더 얇고 흡수가 잘 되고 냄새도 안 나는 생리대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화학 약품을 쓰고 결국엔 그게 문제가 되는.
세상에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더라도 편의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시장과, 선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찜찜한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건 얘기가 다르다. 일회용 생리대의 제조 공정 때문에 현재 문제가 되는 물질들의 일부가 검출될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그걸 최대한 낮추는 쪽으로 제조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위에 나트라케어의 단점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사용하는 이유는 내 몸에 좀 더 낫고 덜 유해한 제품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가격이 비싸고 사용감이 좋지 않더라도 몸에 좋은 제품을 선택하고 싶은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그런 다양한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고 선택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소비자를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일이며 동시에 소비자와 기업이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은 늘 있어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많은 여성들이 모르기 때문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편리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일회용 생리대들을 이용해 왔다. 생리대는 유해하지 않은 걸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닌 포장이 예쁘고, 좋은 냄새가 나고, 부드럽고 얇으면서도 흡수가 잘 되는 쪽으로 변해왔다. 오랫동안 그게 발전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이게 아닌데 싶더라도 어차피 기업들이 다른 제품을 만들지 않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냥 광고하는 것, 더 얇고 더 흡수가 잘 되고 날개가 달리고 뒤가 길다고 하는 그런 제품들을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 면 생리대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도 막상 사용해 보면 관리가 어려워 다시 일회용으로 돌아가곤 했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회사에서 장시간 앉아 있는 여성이 면 생리대를 사용하는 건 단순히 부지런한 것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했다.   
이제는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면 생리대, 수입 생리대, 유기농 자연분해 생리대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생리컵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나의 몸을 위해서라면 해외 직구를 통해서든 뭐든 조금 더 다양한 제품을 찾아보고 사용해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사용의 편의성을 희생해서라도 좀 더 몸에 나은 것을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예전보다 보편화된 듯 보여진다. 소비자가 변하면 기업도 바뀐다. 더 이상 기업의 편의에 따라 소비자가 이끌려 다닐 순 없다. 지금은 혹시 그 과도기가 아닐까.  

이렇게 생리통으로 고통받고 있는 즈는(그렇습니다 그날입니다..-_;) 두서없는 생리대 관련 잡담을 하고 사라집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by kyoko | 2017/09/05 00:40 | 그 외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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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09/0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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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09/05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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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09/05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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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09/0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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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의지있는 순록 at 2017/09/06 02:50
구구절절 공감하다가 갑니다.. 참 쓰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생리용품인데 선택하여 쓸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없고는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성분 표시같은게 의무화되어야한다고 생각하구요.. 저는 어릴 때부터(한 중3?고1?) 면생리대를 썼는데, 갈아타던 그 해에 당장 생리통이 드라마틱하게 사라지는걸 겪은 뒤에 면생리대에 뼈를 묻겠다고 결심했는데.. 미국에 건너온 뒤에 세면대가 화장실밖에 있고, 가족이 아닌 룸메와 함께 살고, 아파트 공동 세탁실을 써야하는 상황이 오니까 심각하게 생리컵 사용을 고려하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일회용 생리대로 돌아가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을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Commented by 쿠루미 at 2017/09/06 19:09
여기저기서 나트라케어 품절사태더군요ㅋ 릴리안만 좀 억울한 상황이 됐네요 여타 생리대들도 마찬가지인데 ;;
Commented at 2017/09/0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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