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연말이 되자 올 연말에도 뭔가 맛있는 거 한번은 먹고 지나가야겠다 싶어 여러 번 가긴 했지만 갈 때마다 즐거웠던 에오에 전화를 했었다. 그리고 물었다.
"12월 중 디너코스로 예약이 가능한 날이 있을까요?-_;;"
"음..... 29일 두 분 예약 가능하신데..."
"그럼 예약하겠습니다!"
......이리하여-_-;; 거의 한 달 전에 예약해 둔 에오의 디너 코스가 드디어 어제 저녁. 워낙 테이블수가 적고 연말엔 예약이 꽉 차는지라 예약 자체가 힘든데 미리 예약해 두니 참 뿌듯한 것이 29일 아침은 왠지 오늘 곗돈타는군아 같은 느낌에 방긋. 하지만 문제는......
이 날 컨디션이 정말 극악이었다는 것이다.ㅠㅠ
전날 친구뇬이 집에 와서 같이 냉동 털게 먹고, 메이크업 하는 걸 알려달라는 바람에 그거 가르쳐 주고, 그것이 늦게 가서 저녁 늦게서야 잠시 아름님 댁에 들러 남은 털게 드리고, 잠시 있다가 밤 12시쯤 버스를 타려고 나오니 버스는 중딩 이후로는 한 번도 타본 일이 없는 완전 만석 상태;;; 걍 택시를 탈 걸 왠지 운전사 아저씨의 포스 때문에 안 타면 안 될 것 같아서 우걱우걱 끼어들어 문 맨 아랫칸에 매달리듯 해서 집에 돌아오니 이미 녹초.ㅠㅠ 살짝 체한듯한 기분으로 샤워하고 잤는데 일어나니 등이 엄청나게 쑤시고 아프다. 전날 버스에서 좀 무리하기도 했고 잠도 잘 못잔듯.ㅠㅠ 아아아 오늘 저녁 예약인데 어쩌나효 하지만 연말에 힘들게 예약한 걸 취소하려니 건 촘 너무한 것 같고ㅠㅠㅠ 마구 고민하다 일단 낮 동안 잘 쉬다 나가기로 결심.... 했는데 옆동 포삼님이 연어랑 새우만두를 끝내주게 맛있게 만들어 주셨다. 사실 그거 먹기 전에 요구르트를 마시고 약간 속이 안 좋은 상황이었는데 빈속인 것 보다는 뭔가 먹는 게 나은 것 같아 만두를 네 개쯤 먹고 페리에를 꿀꺽꿀꺽 마셨더니 조금 속이 편한 것 같다. 그리고 뜨건 물에 반신욕을 했다. 정말 저녁밥을 위해 처절한 노력을 했다능...ㅠㅠ
그래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메롱한 컨디션으로 저녁시간에 맞춰 길을 나서기 시작. 가는 길에 전화해서 약간 체기가 있다고, 파스타대신 부드러운 리조또를 해 주십사 진상을 미리 한 번 부리고-_-;; 도착한 에오. 언제나 편안한 분위기에서 반갑게 맞아 주신다. 테이블에 앉자 웬 선물박스까지... 해피 뉴이어~ 인사와 함께 박스에서 꺼내 주신 건 아래 사진의 넘 이쁜 수면양말! 색상도 깜찍한 레드와 화이트라 받으니 너무 기분이 좋은고다.ㅠㅠ 그리고 코스 시작. 오늘은 88000원짜리 코스로 부탁드렸는데 와인은 속이 안 좋아서 그냥 글라스로 마시기로 하고, 메인은 푸와그라랑 생선 중 하나였는데 역시 속이 안 좋아서 생선으로 골랐다. 하지만...... 흑흑.
아래는 사진.ㅠㅠ
선물로 받은 수면양말. 넘 이뻐요!^^*
테이블의 초에 불을 켜 주시고.... 저 멀리 웬 언니가 희미하게 보이네효-_;
첫번째 코스.
첫번째 코스는 얇게 썬 트뤼프를 잔뜩 얹은 유기농 계란님.
마 마 맛있다ㅠㅠㅠㅠ 정말 질좋은 좋은 냄새 나는 계란에 트뤼프의 향기가 섞여 풍부한 맛이 납니다.... 계란같은 건 평소에도 많이 먹는 식품이다보니 질 좋은 넘과 아닌 넘 차이가 정말 극적으로 나더라는! 하지만 처음부터 다 먹으면 차후에 곤란한 일이 생길 것 같아 3분의 2만 먹고 동행 줬음.-_-;;
요 조그만 미니 주전자에 담긴 건 콩 스프. 약간 걸죽한 느낌의 렌틸콩으로 만든 스프 같았어요. 아주 감칠맛나는 넘이고 속을 달래주는 듯한 느낌이......
빵도 언제나 맛있습니다.
...라지만 실은 이거 먹으면 다른 거 못 먹을까봐-_;; 진상손님의 마인드로 싸달라고 했스무니다...... 이건 뭐;;;
너무 좋았던 두 번째 접시.
탱글탱글하게 익힌 바닷가재. 익힘도 좋고 신선도도, 탄력도, 맛도 다 좋았다능.ㅠㅠ
발사미코와 블루치즈를 얹은 토마토. 토마토는 다 먹었지만 블루치즈는 좀 무리라 역시 동행 줬음.-_;
광어 카르파치오. 이런 거 넘흐 좋지 말입니다.ㅠㅠ 이건 다 먹었슈;;
굴구이도 역시 굿.^^*
요거는 먹고 있는데 살포시 얹어 주신 루꼴라와 청어(였던 걸로 기억;)절임. 이것도 넘 맛있더라능!ㅠㅠ 동행은 비린 생선류는 잘 못 먹는데 너무 좋다고 냠냠 잘 먹더라. 약간 굵고 질좋은 소금과 식초로 시즈닝되어 있는데 아주 기양 훌륭해써요!
그 다음 코스는 눈볼대였던 듯? 두툼하게 떠낸 생선을 아래만 타다끼처럼 살짝 익히고 야채를 곁들였다.
아래 야채들도 맛있고 생선도 살살 녹는데... 역시 반만 먹고 나머지는 동행 줬음.... 이건 뭐ㅠㅠ
그 담 코스. 완전 사랑하는 신선한 새우와 전복 구이.
맨 아래는 양파, 그 위 전복과 새우를 얹고 맨 위는 바싹 구운 페퍼로니(같이 생긴 넘?)를 얹었다. 소스는 전복 소스였던 듯. 이것도 너무 맛있었다능ㅠㅠ 새우님은 선도도 좋고 탱글하고(참, 근데 흙냄새가 살짝 났던 듯? 이날 내가 좀 냄새에 많이 예민했다능;;) 전복의 탄력도 죽인다. 식감만으로도 즐거운 메뉴..... 인데 역시 반만 먹었음.-_;; 이쯤되면 위장이 미워진다.ㅠㅠ
그리고 진상의 증거.... 리조또.
질좋은 올리브오일을 넣고 육수에 마치 죽처럼 푹 퍼지게 꿇여주셨다. 원래 이 집 리조또는 알덴테를 충실히 지키는 편이지만... 체했는데 그런 거 먹으면 좀 좋지 않은 일이 있을 것 같아서-_; 푹 퍼지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음;; 부드럽고 좋았다능 흑흑.ㅠㅠ
원래는 까넬로니였슈...... 저거 맛있을 것 같던데ㅠㅠ
이건 한 입 먹고 GG친 쇠고기 안심님.....ㅠㅠ 원래 에오의 스테이크는 약간 고기냄새가 나는 편인데(불맛을 안 내신다) 가뜩이나 위장이 민감한 상태에서 술 없이 한 입 먹으니 위장이 너 미쳤냐고 말을 걸더라;;; 동행이 전부 다 먹었음.-_;;;;;;;;;;;
조금 위장을 달래주어요.... 레몬 셔벗. 좋더라ㅠㅠㅠㅠ 근데 무지 시었다능.-_;;
그리고 메인. 완전 큼직한 푸와그라.
쿄로리씨의 메인은 서대기.... 이거 진짜 맛있었는데!!ㅠㅠㅠ 진짜진짜 훌륭한 생선이었는데!ㅠㅠㅠㅠ 익힘도 적당하고 겉은 바삭하고 안은 사르르 부드럽고! 거의 생선의 이상향이었는데!!!!ㅠㅠㅠ
한 입 먹고 GG쳤다...... 더 이상은 안돼.............
좌절하는 와중 디저트가 나왔다.
반절 먹는 데 성공한 직접 만드신 바닐라 아이스크림. 좋아유......
아래는 와인에 절인 배. 이것도 좋았어유... 다만 제가 못 먹어서 그라쥬.........ㅠㅠ
상당히 반가웠던 메뉴인 토마토 셔벗. 정말 좋더라능... 왠지 위가 달래지는 기분이었다능....
하지만 아래 빵은 못 먹었다.-_
동행은 따뜻한 커피.
하지만 나는 끝까지 진상.... 아이스커피 해달라 그랬다.-_;; 맛 좋더라... 쿨럭;;
차에 곁들이는 간단한 과자. 이게 또 맛있지 음하하.
하지만 입도 못 댔슈.-_ 인생............
구성도 좋고 정말 훌륭했지만 역시 몸뚱이가 씹창나면 산해진미도 소용없다는 걸 알게 해 준 디너였스무니다ㅠㅠㅠ 담에는 꼭 몸땡이 말짱할 때 6명 예약으로 와인 세 병 끼고 풀코스를 먹게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놔 진짜 졸라 슬펐다긔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오늘은 죽 끓여먹었습니다. 곧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정명훈 서울시향 합창 공연 보러 나가야겠네효. 예당 앞 백년옥에서 두부나 처묵쳐묵하고 들가야겠다능 이상 슬픈 식사일기는 끗.... 흑.ㅠㅠ